바람은 어릴 때 흔히 말하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 생전 처음 아기고양이를 기르는 주제에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예방접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야 찾으려면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돈이 없었다. 리카가 발정을 하며 득음을 하였지만 중성화수술을 할 돈이 없어 한달 반 가량을 미루고서야 수술을 했다. 예방접종을 할 비용은 없었다. 예방접종을 믿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예방접종이 정말 좋은 것인지 확신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을 믿기에 어린 시절의 필수 예방접종을 확신하지 않았다.
보리는 예방접종을 했다. 예방접종에 믿음이 생겨서는 아니고, 보리가 내게 오기 직전 1차 예방접종을 했고 그래서 2차와 3차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예방접종을 하며 ‘어쨌거나 예방은 했으니 안심할 부분도 있겠지’라는 고민을 했다. 무슨 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은 안 해도 괜찮은 것 아닐까라는 어떤 마음.
바람은 지금까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다. 4개월령 정도일 때 요로결석을 앓은 적 있지만 그것 외에 특별히 어디 아프거나 그러지 않았다. 내가 걱정을 하며 병원에 갔을 뿐이다.
보리는 최근 두 달, 계속 병원 신세다. 복막염인지 결막염인지 불확실한 단계고, 항생제 약을 먹다가 토하기도 했다. 결막염의 경우, 예방주사를 맞으면 걸리지 않아야 하지 않나 싶은데도 암튼 일단 결막염으로 추정하는 병으로 병원을 들락거렸다.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예방접종가 정말 좋은 것일까? 스스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며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은 것은 아닐까? 외출냥이도 아니고 집에서만 살아가는데 예방접종은 필수일까? 외출냥이라고 해도 예방접종이 필요할까? 단순히 내가 함께 사는 두 고양이의 경험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좀 의문이 강하게 들긴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일까?
꽁치랑 타냥이도 단 한 번도 예방접종 한 적이 없어요.. 가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하기는 하는데… 지금까지 안 했지만 둘 다 1년 넘도록 건강하게 잘 크고 있어요. 게다가 꽁치는 어릴 적에 길에서 주웠을 때.. 병원 데리고 가니 파보바이러스라고..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의사 선생님도 쉽사리 치료를 권하지 못하던;; 녀석인데… 3일 지나고 스스로 이겨냈지요. 하하하. 그래서 더 건강을 믿는 거 같아요. 파보도 스스로 이긴 녀석이라고 ㅎㅎ
파보바이러스라니… 덜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대단하고요. 어쩌면 병원에 입원을 안 시키고 댁에서 간병한 것이 더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해요.
아무려나 정말 예방접종을 아예 안 하면 종종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집고양이라면 그냥 안 해도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비공개 님의 고양이처럼, 제 바람처럼 그냥 발랄하게 잘 먹고 잘 자고 화장실 잘 가고 있으니까요. 흐흐흐.
두 아이 모두 언제나 건강하길 바랄게요!
결막염과 예방접종은 관계가 없지 않나요. 예방접종은 몇가지의 위험한 전염성 질환만 타겟으로 하는건데 결막염에 걸렸다고 예방접종의 효과가 없다고 하는건 억지 같네요.물론 집고양이에게 접종을 할지의 여부는 주인의 선택에 달렸지만 만에 하나라도 전염병에 노출되어 병에 걸린다면 하게 될 후회도 주인만의 몫이니까요. 엘라이신을 먹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 면역력을 높이려면 잘 먹이고 엘라이신 등 영양제를 챙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