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들어 첫 강의를 했다. 석사를 졸업한 여성학과에서 초대해준 강의여서 방법론 혹은 인식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강의를 준비했는데 처음 시도한 내용이다보니 말이 좀 많이 꼬였다. 간단하게 내용은 “여성이란 무엇인가” 혹은 “누가 여성인가”란 질문의 세 가지 다른 변주,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른가”, “여성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가”, “젠더란 무엇인가”가 각각 어떤 의미며 어떤 한계와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 내용은 어떻게 보면 섹스-젠더의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긴 하지만 이야기하는 방식, 구성이 달라서 나름 재밌고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강의 자체는 실패! ;ㅅ;
강의가 끝나고 뒤이어 ㅂㅁㄹ 님의 성교육 강사되기와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요즘 성교육 자료를 긁어모으고 있어서 그런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게 들었다. 그러며 확인 겸 깨달은 점은, 성교육 교재(특히 정부 기관이나 정부 기관과 관련 있는 기관에서 발행한 것)는 매우 자주 지배 규범이나 정치 권력이 지향하는 성담론을 담고 있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은 교재의 내용과는 다른 성관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교육 교재의 지향과 개개인의 지향이 완전히 충돌하느냐면 그렇지도 않다는 점. 따라서 성교육 교재를 독해하는 작업은 접점과 간극을 잘 살피는 것인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강의가 모두 끝나고 오랜 만에 뒷풀이에 잠깐 함께 했다. 뒷풀이 자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가급적 다 빠지는 편인데, 시간이 많이 늦었음에도 잠깐 함께 했다. 뭔지 모를 미안함이 있었다. 강의를 망해서가 아니라 내가 학교를 다닐 때 너무 내 공부만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어떤 미안함이 있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꼼꼼하게 살피면 내가 미안할 문제는 아닌데, 이상하게 그냥 미안했다.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