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퀴어 혐오와 관련한 한국어 문헌을 찾으면 크게 두 학제의 논문이 나온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데, 하나는 법학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심리상담이다. 나머지는 기독교/종교학, 문화학, 철학 등이 소소하게 있다.
법학은 여러 의미에서 흥미로운 분과인데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도 그렇고 동성애 관련해서도 그렇고 적잖은 논문이 출판되는 분과다. 법학의 어떤 특징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지는 내가 법학 전공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판례부석, 외국법 분석 등을 주로 논한다. 그리고 대부분 딱 여기서 그친다. 법 인식론의 전환을 모색한다거나 법적 주체와 관련한 논의를 전개하는 글을 찾기가 어렵다. 한 선생님은 한국에서 헌법을 법철학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다음은 사회복지/심리상담 분과다. 특정 상황이 혐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주로 다룬다. 중요한 건 심리상담 논문이라 측정할 수 있거나 통계로 계산할 수 있는 ‘심리’는 논하지만 개인의 감정, 정동은 다루지 않는다. 감정이 어떻게 개인의 몸을 형성하는지, 정동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와 같은 논의는 거의 없는 듯하다. 가장 논의가 많은 두 학제지만 가장 아쉽다.
혐오 폭력, 혐오 범죄는 나의 오랜 관심사기도 하고 올 한 해 나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기도 하다. 물론 가장 큰 프로젝트는 논문 준비! 아무려나 혐오/폭력/범죄는 두 가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관심은 혐오/폭력/범죄가 피해자를 어떤 몸으로 구성하는지, 그리고 가해자의 어떤 욕망을 반영하는지, 이 사건을 이해하는 사회는 또 어떤 피부를 구축하는지에 있다. 즉 폭력이 어떤 법적 주체를 만들며, 어떤 사회적 몸, 감정적 몸을 만드는가, 이것이 내가 주로 탐문하고 싶은 영역이다. 물론 언제나 나의 욕심은 그저 욕심에 그치지만… ㅠㅠ
아무려나 뭔가 좀 신난다. 아프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