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젠더와 인종

비가 쏟아지는 지하철 출구에서 잠시 머물고 있다. 우산은 있지만 작고 약한 재질이라 이런 비를 충분히 막지 못 한다. 옷과 가방이 다 젖겠지. 그냥 좀 쉬었다가 비가 그나마 적게 내리면 그때 출발해야지.
ㅅㅇ의 이메일을 받고 쓰지 않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빈/비엔나에서 자주 “마담”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것이 나의 동아시아인 인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궁금했다. 미국의 경우 동아시아인은 상대적으로 작은 덩치와 ‘덜’ 남성스럽다는 독해로 인해 자주 게이로 인식된다고 한다. 그리고 캐나다에 다녀온 ㅋㄷ의 관찰에 따르면 이른바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동아시아인 mtf가 상대적으로 적은 덩치에 따라 여성으로 통하기 쉬워 보였다고 했다(이 문장은 ㅋㄷ의 진술과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북미의 이야기지만 덩치 등의 차이가 야기하는 이슈는 젠더 실천과 젠더 표현에서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물론 빈/비엔나는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인이라는, 쉽게 인지되는 외모는 나의 젠더를 해석함에 있어 어떤 식으로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마담”이라는 말은 단순히 나의 젠더 실천, 젠더 재현의 이슈가 아니라 나의 인종과 얽힌 독해였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하지. 언제나 젠더 실천은 인종과 얽혀 있는데. 그렇다고 이것을 인종차별이라거나 인종에 따른 편견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종에 따른 편견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젠더가 어떻게 인종에 따른 사건이고 독해인지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 뿐이다.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고 종종 폭우가 내린다. 끄응…
더는 기다릴 수 없어 그냥 비를 맞으며 집으로 왔다. 비가 그만 내렸으면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옷이 다 젖었고 가방도 대충 젖었다. 가방이 안 젖도록 노력했지만 별무소용. 끄응.
아무려나 ㅅㅇ가 한국으로 오면 재밌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아… 블로깅하기 전에 답장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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