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과는 개인적 만남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면 더 고립될 수 있을까? 논문 관련 만남, 두어 가지 연구 모임을 제외하면 사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 어떻게든 사람을 만나지 않는 방식으로 삶을 직조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도 사람을 만나는 일정은 거의 없다. 많은 시간이 글 쓰고 글 읽는 것으로 채워져 있긴 하다. 스마트폰은 정말 축복인데 지하철에서도 글을 쓸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을 만날 가능성 자체를 더 줄여야 하는 것 아닐까란 고민을 한다. 퀴어락 출근해서가 아니면 온 종일 사람을 전혀 안 만나는 날도 많고 출근해서도 간단한 인사를 빼면 말을 거의 안 하고 지나가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좀 더 고립하고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란 고민을 진지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방법 중 하나로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과는 별도의 만남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면 어떨까란 고민을 한다. 내키면 비건으로 정하거나. 어쩐지 꽤나 괜찮은 방법이다.
슬프게도 사람과 만나는 일이 늘어나면, 아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 사람의 글, 혹은 어떤 작업을 비판하기가 어려워진다. 지연으로 비판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의 작업이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 어떤 협상에서 나왔는지 알기 때문에 쉽게 비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어떤 작업물을 비판하려고 했는데, 그 집단이 처해 있는 열악한 상황이 떠올라서 비판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렇게 비판을 포기하면 같이 망할 수도 있다. 서로가 더 좋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비판 작업은 해야 한다. 그럼에도 때론 어려운 순간이 발생한다. 다른 경우엔 어떤 사람의 글을 비판적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 다음에 얼굴을 보면 어떡하나, 걱정한다. 이런 걱정을 덜 하고 싶다. 비판 자체는 사려 깊어야 하지만, 늘 사려 깊은 비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어떤 경우엔 정말 바닥을 판다는 기분으로 강하게 비판해야 하기에, 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걱정하고 싶지 않다. 이 걱정이 비판을 무디게 하거나 머뭇거리게 한다면, 어쩐지 슬프다.
그러니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과는 개인 만남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만들어 볼까? 물론 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이 글에서 뭔가 배운 것 같은데 무엇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루인 님에게 배우는 입장인 동시에 저 스스로도 요즘 고립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중이라 더…
저 미쳐가는 것 같아서. 사실 누군가를 만나도 흥도 안나고. 아무것도 모르겠네요.
괜찮아요. 긴장을 좀 풀어요.
사실 요즘 비공개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거 같아 걱정이에요…
사무실에 나오지 않겠다는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사무실에서의 수다가 꼭 공적인것이라고만 생각하시는건 아니지요?
사무실 수다는 다른 겁니다! 🙂
그러고 보니 모두가 채식을 하지 않으면 출근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괜찮겠네요. 으흐흐흐흐흐
루인, 잘 지내죠?^^ 이 글 얼마 전에 보고서 계속 마음에 남았어서 다시 보러 왔어요… 주희를 엊그제 만나 같이 얘기하다가 이 얘기가 또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런 고민.. 저에게도 주는 어떤 작용(?)이 있었나봐요. 루인의 고립과 비판, 비평에 대한 섬세한 고민을 저도 공감하고 또 존중하며.. 저도 여러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마도 저 같은 성격의 사람은, 루인과는 좀 다르게 그 고민의 방편으로 스스로의 고립을 택할 순 없겠지만^^; 또…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비방과 악성댓글이 아닌 ‘생산적 비판’, 불편한 얘기, ‘아픈 소리’를 하거나 듣는 것이 어떤 의미에선 귀해지고 어려워진 때에, 저 역시도 어느 정도는 그 범주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루인이 토로한 ‘비판하기 어려움의 처지’에 대해서도… 너무 뭔지 알 것만 같고요.. 고마워요. 저도 앞으로 차차 계속 고민해가야겠지요.. 자주 글잘 보고 있어요,^^ 아, 맞다. 방금은 우연히 한윤형 씨 옛 애인이 쓴 데이트폭력 피해가 읽고 빡쳤는데; 루인이 예전에 쓴 한윤형. 최철웅 씨 같이 소위 진보남성지식인들의 여성혐오 남성중심적 글… 과 관련된 부분이 또 문득 생각이 나고; 휴…
정말 오랜 만이에요. 가끔 지하철 역에서 만나던 모습도 생각나고요.
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은 다르다고 생각은 해요. 그저 저는 고립을 선택한 건데… 그건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아는 사이가 되면 비판할 일도 그냥 넘어가거나 아는 사람을 편드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같은 것이 있거든요. 강하게 비판해야 할 상황에서 이런저런 사정을 알다보니 그런 비판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이 있어서 차라리 고립을 택하는 거겠거니… 무엇보다 비평적 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제가 주장한 입장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는 염려 혹은 저에 대한 강한 우려 같은 거랄까요? ㅠㅠㅠ
트위터 같은 곳에서 말을 할 때 맥락이 사라지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도 맥락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깝깝할 때가 있어요. 맥락이 사라지니 비난과 욕설만 남고 그것이 비판이자 개입으로 호도되는 모습이 무섭기도 하고요. 자신이 비판하고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정치학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그들이 무서운 동시에 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두렵기도 해요.
아무려나… 비공개 님은 비공개 님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 그저 생산적 비판 작업이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일 뿐… 하하
그나저나 요즘 많이 힘들다던데… 토닥토닥…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는 날이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