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자랑

쪼렙이라 미디어에 사진만 찍혀도 좋아합니다. 우후후.
어제 2015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 참가했는데, 사진이 찍혔습니다. 흐릿하게 나와서 무척 아쉽지만… 못생긴 얼굴이니 흐릿한 게 낫죠. 후후후.
진짜 아쉬운 건 티셔츠의 디자인이 제대로 안 나왔다는 것.
퀴어에게, 퀴어문화축제에게 악착같이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그래, 내가 공간 침입자다, 내가!”라고 쓴 티셔츠인데…
그래도 한 분이 “판타스틱!”이라며 제 티셔츠를 좋아해주셔서 기뻤지요. 후후후.

4 thoughts on “수줍은 자랑

  1. 또 바보같은 호르몬 질문을 하게되서 슬픕니다만 계속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또 여쭤봅니다ㅠㅠ

    T를 중단한 FTM이었는데 그사람이 자기가 확실히 T를 할때는 감정적으로 안정적이고, 눈물도 없어지고, 우울하지도 않았는데 중단하니까 E의 영향으로 우울하고 감정적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또 E를 하는 MTF는 E 시작하니까 갑자기 벌레가 무서워 졌다는 둥.. 이런식으로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전 원래 사람들이 “FAAB는 감정적이고~~~” 이런식의 얘기를 할때 엄청 분노했었는데 호르몬 둘다 해본 사람들이 저런식으로 얘기하니까 진짜 호르몬의 영향이 그렇게 큰가 싶고 뭔가 좌절감을 주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ps. 개막식에 마스크 쓴 사람들 많았나요? 저도 퀴퍼갈때 마스크 쓰고 가야할까요?ㅠㅠ

    1. 호르몬 영향은 분명 존재해요. 어떤 ftm은 성욕이 증가했다고 말하고, 어떤 mtf는 성욕이 사라졌다고 말하거든요. 감정 표현부터 느끼는 방식까지 호르몬 투여 이후 많은 것이 변해요. 몸의 생물학적 변화를 부정할 수는 없고요. 흐흐흐.
      (더 좌절하시려나요? ^^; )

      그런데 핵심은 호르몬 효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에요. 호르몬 효과를 본질로 볼 것이냐 생물학적 현상으로 볼 것이냐는 다른 문제니까요. 예를 들어, 테스토스토른을 투여하고 성욕이 증가했다는 현상이나 경험이 ‘남성의 성욕은 원래 왕성하다’ ‘남성의 성욕은 본질적이라 성폭력이나 성희롱, 성구매 등은 어쩔 수 없다’와 같은 반응, 해석은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이를 테면 인간의 3대 생물학적 본능, 욕망을 성욕, 식욕, 수면욕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여성의 성욕은 본능이고 표현하기에 자연스러운 것인가요? 남성의 식욕은 당연한 것이지만 여성의 식욕은 언제나 규제와 관리의 대상이지 않나요? 성욕, 식욕, 수면욕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어떤 현상이긴 하겠지만(논쟁적이지만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다른 문제랄까요.

      호르몬을 하니 어떤 현상이 발생했다와 여성은 원래 이러저러해는 다른 문제란 것만 확인하시면 될 것 같아요. 🙂

      +
      마스크 쓴 사람은 그렇게 많진 않았어요. 좀 있었지만요. 정작 혐오세력 중에서 마스크 쓴 사람이 더 없던 거 같기도 하고요… 흐흐
      그때 상황 봐서 결정하셔요. 저는 아마 부스 행사 및 퍼레이드 행사 때는 마스크를 안 쓸 것 같고요. 🙂

    2. E가 더 감정적으로 만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는 감정적이니까 리더역할에 부적절해” 이런 게 다른 문제라는 말씀이시죠?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공고한 무언가가 있는데 젠더가 다 무슨소용이 있나 싶고 그래서 좌절하게 되지만
      본스타인이 말했던 것 처럼 결국 “젠더를 갖고 노는건 내가 살기위해서” 이니까 본인이 편한대로 하면되는거 겠죠..?

      근데 생물학적인 다름이 있고 그것과 젠더가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젠더를 섹스와 완전히 별개로 생각하는게 되는거 아닐까요?
      섹스도 줄곧 젠더였고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거라고 하는 말도 있잖아요.

      >>음 제대로된 공부를 해본적이 없어서 계속 꼬이는 것 같기만 하네요ㅠㅠ 아직 수험생이니 (혹시 내년에 대학을 갈수있다면) 내년에 젠더이론 공부많이 할게요ㅠㅠ 항상 바보같은 질문에 꼼꼼히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네, 맞아요.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아가면서 기존의 질서가 규정하는 방식에 갇히지 않는 거 같아요. 넌 이러이러하니까 뭐뭐를 할 수 없어, 따위의 사회적 규범은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임을 기억하면서요. 그래서 케이트 이모는 정말 멋지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그래요. 헤헤

      섹스도 줄곧 젠더였다는 말이 바로 그 말이에요.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눈물이 많아진다는 현상과 그러니까 여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어는 전혀 다른 평가인데 지금 살고 있는 사회는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잖아요. 섹스는 생물학적 성, 젠더는 사회문화적 성이라고 구분한다는데, 정작 섹스의 내용이 이미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한 내용이니까요. 섹스가 정말 생물학적 현상이라면 젠더화된 가치판단이 개입될 이유는 없겠죠. 음경이 정말 생물학적 기관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달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왕자님이 태어났다며 집안 경사로 반응할 이유도 없고요.

      그나저나 질문하시는 내용을 보면 이미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공부를 하신 것 같은 걸요. 🙂 좋은 질문을 읽을 수 있어 제가 더 고맙고요!

      늘 건강 잘 챙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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