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연구 주제를 잡고 그 변주라 할 수도 있고 직접 관련 있다고 할 수도 있는 내용을 공부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탈칵’ 아귀가 들어맞는 소리가 들린다. 공부하는 재미!
혐오, 범죄, 폭력이 올해의 주제어다. 나의 기본 고민거리지만 어쩌다보니 올해 하는 여러 연구가 이 주제어에 집중해 있고 그래서 이들 주제어를 중심으로 글을 읽고 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나의 주요 관심은 피해자로서 LGBT/퀴어일 뿐만 아니라 가해자로서의 모습니다. 퀴어 범죄자, 퀴어 가해자 논의는 자칫 혐오 발화로 읽히기 쉬운 주제지만 나는 이 상황에 조금은 더 관심의 축을 두고 있다. 물론 범죄 자체는 나의 핵심 관심.
문득 문득 고민하는데, 교정시설에서 일하셨던 고인은 내가 범죄에 관심이 많고 연구를 한다는 사실을 알면 좋아하실까? 어머니는 또 어떻게 반응하실까? 하지만 아직은 내 관심을 어머니와 공유할 의향이 없다. 나는 어머니와 몇 년 전부터 나름 친하게 지내지만, 내 관심 주제를 공유하고 싶은 사이는 아닌 관계기 때문이다. 뭔가 좀 다른 방식의 관계라 아마도 죽을 때까지 말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변방의 쪼렙인 내가 뜬금없이 유명해질리도 없으니 더더욱.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지금이 좋다.
정희진 선생님 글에서 읽었는데 이른바 남성 작가는 조금만 뜨면 북콘서트나 독자와의 대화 행사를 요구한다고 들었다. 황당. 그 인기욕, 권력욕과는 별개로 왜 그렇게 귀찮은 짓을 하는 거지? 나 역시 책이 나왔을 때 책 관련 강의에 동원되곤 했지만 얼굴이 알려지는 건 정말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그나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지금도 나로선 무리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나의 로망은 듀나다. 누구도 얼굴을 모르는, 오직 글만 아는!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선 강의도 해야 하고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많으며, 강의 자리에서 깨닫고 배우는 게 또 많으니 아예 포기하긴 어렵겠지… 강의를 포기하며 사는 방법이 가능할까? 온전히 생계란 측면에서. 지금이야 일년에 서너 번 강의를 하니 생계와 무관하지만… 책값을 번다는 점에선 무척 소중하다. 하지만 역시 포기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 고민…
그나저나 나는 여전히 이런저런 잡담에 관심이 많아 진득하니 공부에 집중을 못 한다. 좀 더 진득하게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 해서 아쉽다. 몸을 더 훈련하면 할 수 있을까?
수업 안 들으니 더 바쁘고 정신이 없다. 무엇보다 공적 신분은 학생인데 방학이 없으니 긴장감이 좀 더 크다. 방학 있는 학생이 부럽다. 하지만 방학 없는 학생이라(평생 학생으로 살 거지만) 내가 알아서 연구일정, 원고일정, 휴식일정을 잡아야 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선 분명 중요한 시기라고 믿는다. 잘 관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방학은, 실제 방학 때가 더 바빴지만 그럼에도 심리적으로 방학이 없다는 건 큰 아쉬움이다.
지식노동자 혹은 학생으로 나를 더 많이 설명하지만 나는 또한 퀴어락에서 상근하는 활동가이자 아마추어 혹은 활동 기반의 아카비스트다. 이것은 내가 지금 어떤 땅에 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사유하도록 한다. 고마운 일이다. 퀴어 아키비스트는 내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이렇게… 의식의 흐름 같은 느낌의 블로깅을 마무리. 🙂
안녕하세요 루인님.
남성작가에 대해 나오는 정희진님의 책이 무엇인지 기억하시나요?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서요.
책은 아니고 칼럼에 쓴 내용이었네요…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8788.html
(어떤 책이길 바랐는데 어쩐지 아쉽… 하하)
루인~ 올만에 또 안부 겸 댓글 써요.ㅎㅎ 왠지 이 글에서 루인이 귀엽게 느껴지는건..>_< "그 귀찮은 짓을 왜!!"..ㅋㅋ 그러게요. 저도 정희진 선생님 그 글 읽고 '아오, 역시 그놈의 '남성 지식인들' 진짜 질린다 질려...' 싶었죠. 그러고 몇몇 구체적인 얼굴들이 떠오르고-_-;;; 흐흐 루인 연구가 즐겁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기쁘네요. 아, 최근에 참여하신 책 나온 것도 축하!^^
그쵸? 정말 질린다 싶어요. 아우.. 왜 그러나 싶고요…
책은.. 뭐… 헤헤. 고마워요! 🙂
저도 요즘 계속 마음 다잡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나저나 제가 저번에 장애퀴어 학회라고 했던게 사실은 구금과 장애였어요 힝 ㅠㅠ 일단 아래 링크 가서 프로그램 읽어보시고 원하시는 자료가 있으시면 제가 담당자에게 긁어올게요 학학…
http://diversity.berkeley.edu/disabilityincarcerated
구금, 장애, 퀴어는 저의 핵심 관심사에 속하는 걸요!!!
무척 번거롭겠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전체 자료집 같은 게 있다면 전체라거나.. 만약 어렵다면 말씀해주시고요!!
정말 고마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