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언술행위를 분석하기

“성전환자는 엄청 빨리 늙는다. 조로현상이 너무 빨리 온다는 것이다. 5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지금 만나면, 목사님은 조금도 안 늙었다고 피부가 참 좋다고 말해요. 5년 동안 제가 왜 안 늙었겠어요. 다만 제가 성전환을 안 해서 조로하지 않아요.”
오늘 들은 모 목사의 설교 일부다. 설교문에는 없고 촬영 영상에만 나오는 말을 기억나는대로 쓴 거다.
듣는데 은근 재밌다. 사상사조를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하고 구주주의는 로마, 신라시대를 포괄하는 사상사조라고 설명한다거나, 네오맑시즘은 성해방운동을 근간으로 한다거나, 데리다의 차연을 차이로 말하며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거나…
용감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구나.
그냥 다 틀린 말이라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술행위가 어떻게 조직되는가를 살피는 게 진짜 재미다. 이른바 큰용어, 학술용어를 적당히 빌려와 전혀 다른 소리를 하면서도 자신의 논리를 구성하는 이 언술행위를 분석하는 것이 진짜 재미지. 내가 기독교 근본주의에 조금만 더 관심이 있었어도 본격 작업했을 텐데…

3 thoughts on “목사의 언술행위를 분석하기

  1. 네오 막시즘에 기웃거리는 작자로서 하는 말인데, 네오 막시즘이 성해방운동을 근간으로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비판이론 작자들도 다들 소비주의 사회 먼저 까는데…

    그나저나 데리나 (나의 리다, 내리다 … <3 )의 차연을 차이로 설명한다니... 위키피디아에 검색해도 그것보다는 많이 나올텐데... 아픔.. 맴이 아픔... ㅠㅠ

    1. 전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에서 진보좌파연 하는 지식인 중 일부는 버틀러를 차이를 긍정하는 이론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냥 이른바 큰 용어만 빌려서 말도 안 되는 조합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 조합, 그리고 그 조합을 통해 일으키는 효과를 분석하는게 쏠쏠한 재미지용… 완전 이상하게 인용했다고 흥분해봐야 별무소용, 자신만 힘이 빠지니까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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