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인상적인 작품은 [나와 인형놀이]와 [이반검열].
[나와 인형놀이]는 트랜스와 ‘게이’ 정체성을 가진 이의 이야기. 영화 초반엔 어릴 때, 엄마 옷을 입거나 화장을 하고 인형을 가지고 노는 등, ‘남성’ 에게 요구하는 모습과는 다른, 그래서 흔히 트랜스로 불리는 정체성을 보여주더니 십대가 되면 게이로 나온다. 트랜스 얘기구나 하고 좋다 말았다-_-;; 그렇다고 게이 ‘남성’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정체성 속에서의 혼란스러움을 혼란스럽게 그려서 좋았지만, 살짝 지루했다. 지루함은, 끝났구나, 했는데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였다. (담배연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반검열]은 다큐멘터리라 누군가의 더빙 나레이션이 있을 줄 알았는데, 자원자(이반 청소녀)가 직접 캠코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찍고, 자신의 얘기를 하는 방식이었다(일종의 자기 기록이라고 해야 할까). 단 한마디도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모든 말이 아팠다. 이른바 “불량”이라고 재단하는 술, 담배를 하는 청소녀들도 친구와 함께 있다고 해서 뭐라고 안 하는데, 이반이라는 이유로 친구와 함께 있지도 못하게 하고 얘기도 못 나누게 하는 교사들의 혐오증에 소름끼쳤다. 주변에 감시인을 두고 조금만 수상쩍은 행동만 해도 고자질로 인해 교무실에 불려가고,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 중 자주 가는 친구의 집에도 교사가 찾아와선 같이 못 있게 한단다. [이반검열]은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번째 편에 나오는 인터뷰에서, 어깨만 부딪혀도 “(레즈와 부딪혀서) 어깨 썩는다”는 말을 들었다는 얘기를 보며 짜부라지는 느낌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야?
혐오증이 가시화되면서 이반queer에 대한 혐오증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았다. 차라리 이반이 비가시화 되었을 때가 더 편했는지도 모른다는 몸앓이를 한다. 바보 같은 말이지만 이반, ‘동성애’와 같은 말 자체를 모르던 시기에도 이반은 많았지만 그땐 그냥 친구간의 애정표현으로 간주되었다. 문제는 여전히 있다. 그땐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그냥 친구사이일 뿐이라거나, 한때의 경험일 뿐이라는 식으로 완전히 무시했다면 지금은 더러운 “벌레” 보듯이 대한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어쩌면 이런 반응은 가시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반 혐오에 의한 범죄가 무수하잖은가. 화장실 앞에서 ‘여자’친구의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이성애’ ‘남성’이 “호모”라고 구타, 살인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건 그만큼 비’이성애’자들이 드러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한국이라고 길거리에서 구타당하고 살인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여자’들끼리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이 아직은 한국에서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지지만 언젠간 이런 행동들이 레즈비언으로 간주하고 욕설과 폭력의 원인이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이런 상황이다. 신고해봐야 경찰들에 의해 더 심한 대우를 받을 것을 알기에 그냥 침묵하고 있을 뿐. (군대 내 ‘남성’간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말하면 징계없이 제대할 수 있음에도 “죽어도 동성애자라고 말 하기 싫다”며 징계를 받는 현상은 이와 연장선 상에 있는 일이다.)
온 몸이 복잡했다. 아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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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조금 다른 곳에서도 왔다. 담배연기 때문. 카페 ‘빵’은 담배를 필 수 있는 곳인데 루인은 담배 연기와 냄새를 무지무지 싫어한다. 그로인해 영화를 상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 집중도는 떨어지고 슬슬 스트레스가 몰려와서, “제발 담배 좀 꺼져요~”, 라고 외치고 싶은 상황이었다. 나중엔 ([이반검열]이 시작할 즈음)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고 매스꺼웠다.
이렇게 적으면, 뭘 그렇게 까지겠느냐고, “오바”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가 루인을 놀린다고 했던 말, “완두콩 공주”처럼 진짜 그렇다-_-;;
서양 동화 중에, 침대 받침대에 완두콩 하나 두고, 매트리스를 일곱 개나 깔았는데 배겨서 잠들지 못했다는 어떤 ‘여성’에 관한 얘기.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음;;;_M#]
루인의 예민함은 특히, 소리다. 그래서 조금만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도 신경이 곤두선다고 할까. 컴퓨터 소리/소음도 거슬려서 못 견디는 편이니까. 일이 있어서 컴퓨터를 켜놓고 잠들면 밤새 잠을 설친다. 크큭. 이런 이유로 담배연기로 가득한 곳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퀴어 영화가 아니었다면 중간에 그냥 나왔을 지도 몰랐다. ‘빵’ 커뮤니티를 찾아가서 금연으로 하면 안 되냐고 말해볼까? 매달 영화제를 한다는데 가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