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라기엔 짧은데…
하얗게 불태웠다. 세 번째 곡이 지났을 때 ‘아, 이전과 같은 체력이 아니구나’를 느꼈다. 이대로 쓰러질까란 느낌도 왔다. 다음부턴 지정좌석으로 예매해야겠다고 고민했다. 하지만 방방 뛰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하얗게 불태웠다.
2집에서 세 곡을 연주했고, Citizen Erased를 연주할 땐 눈물이 났다. 이 곡을 또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그리고 노래에 얽힌 기억은 쉽게 바뀌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무려나 마지막 곡 Knights of Cydonia로 완전 불태웠고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럼 어때. 즐겁게 놀았는 걸. 즐겁게 불태웠는 걸.
내일은 힘들겠지만 즐거웠으니 충분하다. 충분히 기쁜 일이다.
“feminist와 humanist의 관계는 black life matters를 all life matters로 치환하고자 했던 것과 비슷한 데가 있다. 실제로 지금도 길에서 죽어나가는 게 누구인가. 평등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는 환상이다.”라는 문장을 봤어요.
옛날에 한참 유행한던 #He for She 라는 캠페인을 보면서 ‘왜 페미니즘이 꼭 “for she” 인가? 페미니즘은 모든 젠더를 위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윗 문장의 페미니스트를 휴머니스트로 치환하는 것과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ps. 뮤즈 콘서트.. 부럽습니다ㅠㅠ 언젠가 꼭 돈을 모아서 글라스톤베리에 가서 뮤즈도 보고 노엘도 볼일이 있기를ㅜㅜ
적어주신 내용만으로는 맥락 파악이 어려워서… 뭔가 두루뭉실하게 말씀을 드릴 것 같아요 ^^;
인용하신 문장의 내용과 #HeforShe를 질문하시는 부분은 좀 맥락이 다른 것 같기도 해요. 잘은 모르겠지만요.
인용하신 문장에서, 일단 페미니즘과 휴머니즘의 관계는 대체로 여성이란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페미니즘 자체를 협소하고 그들만의 배부른 헛소리 정도로 취급하는 집단의 언설로 쓰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휴머니스트라고 하거나, 페미니즘이 아니라 휴머니즘을 고민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죠. 그런데 흑인생활/생명문제를 모든 생활/생명문제로 치환하는 언설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한 언설인지를 모르겠어요. 이것은 흑인이 처한 사회적 문제는 그 사회 구조 자체의 문제란 점을 지적하기 위해 사용한 것일 수도 있고, 인종 권력 문제를 삭제하려는 의도로 사용한 것일 수도 있어서요. 어떤 맥락에서 쓰였건 페미니즘과 휴머니즘의 관계와는 유비해서 사용하기 힘들지 않나? 싶고요. 즉, 인용하신 문장 자체가 어떤 맥락에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뭐라고 해석하기 힘들고요.
#HeforShe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는 비판 중 하나기도 하고요. 🙂 페미니즘이 ‘남성이 여성을 위하도록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말씀하셨듯 ‘왜 for She’인가란 질문, 이것이 이원젠더 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아닌가란 질문 등 여러 복잡한 질문을 야기하고 있고요. 그래서 말씀해주신 내용만으로는, 인용하신 부분과 #HeforShe를 비판적으로 고민하시는 부분이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은 아닌 듯해요. 아마도요… ^^;
후후후. 뮤즈 공연은 즐거웠습니다. 후후후.
나중에 꼭 공연을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