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퀴어 인권 운동이 20년이 넘었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말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활동을 했다. 무슨 말이냐면 어지간한 아이디어는 이미 누군가가 이미 말했거나 단편적으로나마 글로 썼거나 강의 때 말한 것이다. 이제 어지간한 아이디어는 ‘마치 내가 처음인 것처럼 분연히 일어나’ 말할 의제가 아니란 뜻이다. 새롭게 할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기존의 작업이나 아이디어와 역사적으로 연결하면서 어떻게 그것을 제대로 구축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많은 사람이 짧게 혹은 조금은 길게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었지만 ‘마치 내가 처음인 것처럼’ 느낄 정도로 뭔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거나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걸 제대로 구축하고 논의를 만들면 된다. 기존에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만큼 화나는 일이 없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면 이미 짧게라도 고민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