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련 글을 읽다보면 외국 여행지에서 겪은 인종차별 경험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나도 그런 글을 적었지만, 유럽에 갔는데 유럽 백인이 했다는 인종차별 발언, 동남아 어느 식당엘 갔는데 백인에겐 잘 해주는데 동아시아인 혹은 한국인인 자신에겐 불친절했다는 경험. 이런 경험에 분개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인종차별을 비롯한 다양한 차별에 분개하고 비판하는 작업은 무척 중요하다. 때로 집단적으로 항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아니 필요한 수준이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각종 게시판이나 댓글을 살펴보면 외국인 노동자를(물론 여기서 외국인은 백인이 아니라 비백인, 동남아시아인, 조선족일 때가 절대적이다) 추방해야 한다거나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말을 무척 빈번하게 찾을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한국인이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그래서 그들이 한국인에게 해악이란 식의 인식이 빈번하다. 혹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미/등록 이주민은 일상에서 다양한 차별을 겪고 있다.
외국 여행에서 겪는 인종차별 경험엔 분개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작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종차별엔 공모하거나 동조하거나 선동하는 목소리가 많다.
나 자신부터 반성할 일인데 내가 차별 받은 경험에 민감하고 분개하는 만큼이나 내가 공모하고나 방조하는 차별 구조에 민감할 수는 없을까? 내가 혹은 나와 동질적 집단으로 여기는 이들이 겪는 차별에 분개하는 수준으로 내가 알게 모르게 이득을 보고 있는 특권적 위치와 그 위치로 인해 차별 받는 집단의 경험에 민감할 수는 없을까?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은 이런 점이다.
나는 트랜스젠더퀴어 이슈는 언제나 민감하려 애쓰지만 장애 이슈엔 덜 민감하고 인종 이슈엔 더더욱 덜 민감하게 고민하다. 학력이나 학벌 이슈엔 민감하려 애쓰지만 별다른 성찰이 없으며 계급이슈에선 매우 민감해야 함에도 별 말을 안 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많은 이슈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거나 그 특권의 지속을 방조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복잡성을 어떻게 하면 더 고민할 수 있을까…
참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