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4등 감상평을 며칠 전 쓰면서 뭔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표현이 있었다. 지금 갑자기 떠올랐다.
예를 들어, 혈연가족에게 대학원 같은 곳에 왜 가냐고 그냥 취직하라고, 공부하지 말라고, 너는 그런 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가며, 때론 욕도 들어가며, 그럼에도 공부를 하고 싶어서 악착 같이 공부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미술, 음악,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창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런 사람이 상당하다. 1등은 못 하지만, 4등도 못 하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어떻게든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영화 [4등]의 결론은 무엇을 의미할까? 부모 혹은 어머니의 닥달이 없으니, 폭력 코치/교사가 없으니, 스스로 학습을 하니 1등을 한다는 그 결론은 1등 지상주의 한국사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읽힌다. 이런 나의 반응이 1등은커녕 10등, 100등, 100만등도 못 해본 나의 열폭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메시지, 그리고 결론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아니 불쾌하다. 성적 지상주의, 성적을 위해 닥달을 애정으로, 폭력을 사랑으로 치장하는 사회를 비판하겠다는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그 결론이 1등일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국가인원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통해 인권 영화를 표방한다면 결코 그래선 안 되었다.
가급적 이 영화를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각자가 선택할 일이지만.
어제자 매경에 감독 인터뷰가 실려있더군요. 1등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사회가 문제라고 성토하고 있던데 그토록 성적 지상주의나 성과주의에 비판적이면서 왜 결론은 그리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ㅎㅎ
헐… 좀 충격이네요. 영화만 보면 그럴 것 같지만 아직 감독 인터뷰나 그런 걸 찾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영화 결론은 그런 식인데 감독이 1등만 중시하거나 성적 지상주의를 비판하며 만든 영화라니… ‘이거 뭐지?’ 싶네요… 암튼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