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지난주 금요일 강의에 가려고 3시간만 자고 일어났더니 그 후유증으로 이번 주 내내 피곤하고 졸렸다. 나이가 들 수록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ㄴ
나이가 들면(30대 중후반부터 40대 즈음부터라고 한다… 여전히 젊은 나이 같지만…) 연구자의 연구 성과는 머리가 아니라 체력이 좌우한다는 말을 들었다. 예전엔 그저 잘 먹어서 체력을 관리하는 문제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허리 근육통으로 고생을 하면서 깨닫기를 그건 단순히 잘 챙겨 먹는다, 밥심이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평소 스트레칭 등을 해서 아프지 않느냐의 문제였다. 5월에 허리 근육통이 생기면서 책도 제대로 못 읽고 글도 제대로 못 쓰고 있으니, 그 말을 더 실감했다.
ㄷ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떤 형태로건 몸은 아플 것이다. 수전 웬델은 나이듦은 장애인이 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 어떤 형태로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함께 하고 있는 다른 만성질환(그리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증상)과는 다른 형태로 몸이 변할 것이다. 이 상태에 나는 어떻게 새롭게 적응할 것인가? “예전에는 이 정도 즈음 금방이었는데…”라는 말을 하는 날이 나의 일상이 될 것이다. 나이 드는 몸으로 사는 방법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ㄹ
나이가 들면 삶에 안정감이 생긴다는 말은 다 구라다. 물론 내가 아직 이런 말을 할 시기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내 나이가, 많거나 젊거나라는 기준에 따를 때 무척 어정쩡하다고 고민한다. 어떤 집단에선 아직 어린 연구활동가고 어떤 집단에선 무척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연구활동가다. 그래서 늘 이 애매한 나이가 고민이다. 하지만 20대를 훨씬 지난 지금도 내 삶은 별로 안정적이지 않다. 그냥 이런 불안정함이 내 삶이라고, 또 하나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ㅁ
요즘 사람을 만나면 자주 ‘여성혐오’란 말을 고민한다. 근래엔 시우와도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부터 부쩍 여성혐오란 말이 늘었는데 왜 그 말이 그토록 폭발력이 있는가란 고민. 왜냐면 동일한 현상을 성폭력, 젠더폭력과 같은 용어로 오랫동안 명명하고 있었다. 많은 여성단체, 페미니즘단체, 페미니스트/연구자 등이 이를 둘러싼 고민과 논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 모든 것이 여성혐오란 용어로 포섭되는 느낌이다. 왜일까? 여성혐오는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의 무엇을 건드린 것일까? 어떤 정동이 발생했기에 이토록 적극 채용되고 쓰이는 걸까? 정말 궁금해서 누가 분석해주거나, 이미 이를 설명한 글이 있는데 내가 못 찾은 것일 수도 있으니 아시는 분은 관련 문헌을 알려주시면 무척 고마울 것 같다.
ㅂ
올해 퀴어문화축제에서 구한 세 권의 잡지 혹은 자료집이 있다. [에이로그 북], [혐오의 시대에 맞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퀴어페미니스트 매거진 펢], [동성애, 차별금지법, 에이즈… 우리가 알아야 할 바른 진실들]을 읽었거나 읽고 있다. 읽으면서 몸이 복잡하다. 하지만 이런 이런 자료집 혹은 잡지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에서도 이런 책자를 내면 좋겠다.
관리!!! 관리인겁니다! 관리하셔야 이부리도 돌볼 수 있다구욧!
열심히 관리하겠습니다!!! 고마워요!!! 🙂
음 문득, ‘여성혐오’란 용어가 그 정동적(?) 파워를 발휘하는 맥락이 어쩌면 ‘모멸감’이라는 책이 매우 잘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화제를 모았던 맥락과 연결돼있진 진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뭐랄까 한국사회 속에 던져진 그 단어가 가진 어떤 ‘즉물성’이랄까.. 루인 님 오래 건강하세요…(?)ㅠ 전 요즘 조깅 등 운동 열심히 해요. 시작은 정신건강 때문이었지만 뭐 심신 모두 도움이 되겠죠…
즉물성이라고 하니 뭔가 느낌이 오기도 하네요. 여성혐오란 용어가 그 의미는 매우 모호하고 복잡하지만 느낌은 즉각 오긴 하니까요.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요… 어려운 일이네요.
비공개님도 몸 잘 챙기시고요. 공부하려면 어떤 몸을 만들어야 하는 거 같아요.. ㅠㅠㅠ
왜인지 모르겠는데 ,지난 일주일 간 루인 님의 글을 매일매일 기다렸어요. 보고 싶었다는 말 밖에…
저는 요즘 몸이 말이 아니라 많이 걱정이에요. 몸에게는 그 나름의 삶이 있잖아요? 제가 주권을 강요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몸이란 것을 늘 숙지해야하는데, 몸을 섬기는 이런 작업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근래의 불상사가 생긴 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올랜도 총격 사건 이후에 심장 통증이 일주일 내내 가시질 않아서 꽤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저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스스로 놀라기는 커녕 누가 또 죽었구만 따위의 말밖에 머리 속에 돌아다니질 않더라구요. 헌데 하루이틀 지나고 교내에서 추모식 열렸을 때 갑자기 화가 울컥 치솟더니, 그 다음날부터 심장 통증이 계속 있네요.
여성혐오라는, 한 이름으로 명명될 수 없는 다양한 현상들을 불가피하게 묶는 저 기호에 대해서 저도 생각을 종종 해보아요.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이 겹치는 부분이 있되, 서로 분명 다른 양상들을 지목하는 기호들이지만, 저는 젠더폭력이라는 기호를 선호해요.
TSQ 다음 호 주제가 trans-in-asia, asia-in-trans인데 기고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이미 작업하고 계신걸지도… 저는 군대 문제를 젠더화된 문화적 시민권으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중심으로 글 아이디어를 잡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정신머리가 절 도와주지 않아서 (라는 변명 하에) 글을 쓰고 있지는 않고 있네요 호호호….
졸업식이 끝나고 새로운 마음을 잡는 겸 요즘 한국사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있어요. 초기 디아스포라 문제에 유독 끌려서 제국, 식민지, 동아시아 (동북+동남), 강제이주 등등의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도 분석할 거리가 넘쳐나는 군요.
짧게 안부인사 겸 덧글을 단다는 것이 이리 길어졌네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 몸건강 잘 챙기시기를!!
많이 힘든 시기예요. 울분이 터지고 고통스럽기도 하고요.
몸 잘 보살펴요. 공부를 계속하건 어떻게 살건 몸을 잘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걸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때론 고통 속에서 연구를 하고 삶을 지속하기도 하지만 그 고통과 함께 하는 어떤 힘은 필요하니까요. 꼭 그 힘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요…
TSQ 다음호는 아직 고민 중이라 아마 못 쓰지 않을까 해요. 사실 다른 글을 계획하고 있어서요. 글을 쓰기에 좋은 주제라 아쉽지만요. 비공개님은 한 번 도전해보셔요 🙂
좋은 하루 보내고, 잘 지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