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편의 트랜스젠더퀴어 자서전이 번역되었고 그 중 몇 편을 읽고 있다. 넛이 쓴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현아율, 돌고래 2024)은 북토크도 찾아가고 줌토크도 참여했었고, 지금은 버그도프의 [젠더를 바꾼다은 것](송섬별, 북하우스 2024)을 읽고 있다. 넛의 책에서 느낀 어떤 불편함을 버그도프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 이유를 가늠한다. 넛의 기록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이 위험한 학교에서 내가 잘 다닐 수 있을까라는 태도가 저변에 깔려있다. 물론 주인공에게는 당시의 불안에 대한 맥락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버그도프의 자서전은 초반부터 분명하다. “사람들은 내가 자라서 자신들의 집단적 상상에 등장하는 위협적인 인물이 되기를 기다렸다”(32-33). 나를 위협하는 사회, 내가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회. 여기에 두 자서전의 정치적 차이, 인종에 따른 트랜스 정치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넛의 책이 별로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나는 그 책을 열렬히 좋아하며 읽었고 나중에 서평이나 어떤 에세이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번역하며 지은 제목 [소녀가 되어가는 시간]은 기념비적일 정도로 잘 지었고 또 상징적이다. 무엇보다 생물학에 대한 넛의 전문성이 담긴 부분, 주변 가족의 변화와 구체성은 넛의 책이 가진 소중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인종과 계급을 둘러싼 위화감 역시 어찌할 수 없게 신경쓰인다.
무엇이 되었든, 이 두 책 모두 많이 읽으면 좋겠다. 같이 읽으면 더 좋다. 슈라야가 쓴 [나는 남자들이 두렵다](현아율, 오월의봄)도 같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인도계 캐나다인으로 살아가며 겪는 경험을 담고 있는데, 수업에 참여한 한 분이 말하기를 오드리 로드가 아니라 슈라야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교차성 개념이 이해되고 감각적으로 와닿았다고 했다.
무엇이 되었든, 좋은 책이 많이 나오고 많이 번역되어서 정말 좋다. 참고로 세 권의 책 모두 번역도 좋다.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