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나는 자주 왜 나의 논문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를 고민하는데, 그 이유는 수 백 수 천 가지고 결정적으로 내가 무능해서 혹은 실력과 준비과 고민과 능력이 모두 부족해서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답이다. 이 지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고민하는데.

나의 곤란함 혹은 곤혹스러움은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설명 체계를 명확하게 만들고 싶었음에도 그것에 실패했다는 데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언젠가 대중 미디어에서 왜 드랙퀸은 더 각광받고 드랙킹은 덜 주목받거나 거의 주목 받지 못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 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패널은 그것이 남성의 여성성에 사회가 더 관심이 많다는 식으로 답을 했는데, 그것을 모르지 않음에도 나는 그렇게 답할 수 없었는데 이런 식의 대답은 결국 이원 젠더 체제를 재강화하고, 트랜스 실천이나 퀴어 실천을 결국 이성애-이원 젠더 체제를 근간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답변은 명징한 듯하지만 익숙한 이분법 이상의 방향으로 가지 못했고 나는 그렇게 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대답은 무엇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나는 그 답을 못 찾았다. 계속 실패했고 어떤 실마리들을 논문에 쓰기는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 어딘가로 탈주하고자 했지만 그 탈주는 앙상했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트랜스를 인식론으로, 분석 범주로 다시 가져간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이성애-이원 젠더 체제로 환원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권력 위계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논의를 할 수 있을까? 물론 나만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이들이 이와 관련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저 그 모든 것이 내게 딱 이것이다 싶은 것이 아닐 뿐.

그냥 주절주절… 아쉬움과 부끄러움에 주절 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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