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와 젠더 사이의 계급적, 계층적 간극

[뺨을 맞지 않고…]의 색자 공연에는, 색자가 여러 번 “나는 트랜스젠더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색자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한데, 이때 축약어는 “나는 젠더예요.”이다. 이때 젠더는 분석틀로서의 젠더라기보다 트랜스젠더퀴어의 축약어이자 은어로서 젠더다. 그러니 나는 젠더예요,라는 말은 나는 트랜스젠더퀴어다라는 의미를 명확하지만 간단하게 밝히는 행위다.

그리고 연구의 장에서, 혹은 SNS의 장에서 트랜스젠더퀴어의 축약어는 젠더보다는 트랜스다. 트랜스를 축약어로 쓰고, 그리하여 “나는 트랜스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연극을 보다가, 불현듯 이 간극을 깨달으며 뭔가 기묘한 감각이 몸을 흘러갔다.

젠더와 트랜스 사이에 많은 정치적 장이 있을 것이다. 계급, 계층, 학력, 직장, 업무, 공동체, 세대 등 많은 논쟁의 장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고 젠더와 트랜스가 완전히 분리된 지형에 위치하느냐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몇 해 전 난리가 났던 “젠퀴벌레”니 하는 표현은 모두 젠더를 축약어로 가정한다. 그럼에도 트랜스와 젠더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둘의 사용례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지만, 이 사실이 둘 사이에 간극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중에 이와 관련해서 따로 연구를 해봐도 재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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