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와 H가 비슷한 수준으로 경악한 사건.
퀴노아가 토했다. 그런데 몸이 안 좋아서 토한 게 아니라 헤어볼을 토했다. 로켓을 타고 가며 봐도 헤어볼이었다. 그리고 나와 H는 경악했다. 니가????? 니가 왜??????
그러니까 퀴노아는 그루밍을 하지 않는 고양이다. 털에 뭐가 묻어도 냅뒀고 목욕을 시켰을 때도 대충 그루밍 흉내 몇 번 내다가 그냥 돌아다녔다. 그래서 퀴노아는 살며 헤어볼을 토할 일이 없었고 퀴노아의 털은 주로 귀리의 헤어볼에서 발견되었고(귀리는 꿀묘라 구분이 된다) 퀴노아의 그루밍은 보리와 귀리가 해줬다. 물론 그루밍을 해줘봐야 욕만 먹었지만.
그럼 빗질을 해주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이런 고양이가 그렇듯(이라고 쓰고 전에 읽은 고양이 만화에 나온 다른 고양이의 경우 밖에 모른다) 빗질도 싫어한다. 보리는 빗질을 해주면 500미터 밖에서도 고릉거리며 달려온다. 귀리는 빗질을 해주면 화를 내면서 떠나지는 않는데, 일단 귀리는 다른 냥이들보다 털 생산량이 3배라 어지간하면 붙잡고 빗질을 한다. 퀴노아는… 화낸다. 음… 화낸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쌩 난리를 친다. 정말 누가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납치하려는 걸까 싶을 정도로 난리를 치며 하악거려 빗질 한 번이 어렵다. 그리하여… 보리와 귀리가 그루밍을 해주거나 어쩌다 빗질 두 번이 귀리에게 허용된 최대치다.
그래서 살면서 퀴노아의 헤어볼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데… 너도 이제 그루밍 정도는 하는 고양이가 되었구나 ㅠ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