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바쁜 와중에도 유희라고, 조용필 콘서트에 다녀왔다. 오랜 만에 가는 콘서트인데다 올해 20집을 낸 뒤 첫 번째 콘서트여서 어쩐지 가야할 거 같았다. 뭐랄까, 나이가 많은 가수의 콘서트는 올해가 마지막이면 어쩌나 싶을 때가 있어, 가지 않을 때도 어떤 망설임과 고민이 있다.
첫 곡을 듣는 순간부터 나는 이번 콘서트에 어떤 편견이 있었고 그것이 와장창 깨지는 것을 느꼈다. 이번 20집이 마지막 앨범이고 이후로는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싱글이나 EP만 내겠다고 했다. 신보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기자가 정중하게 창법이 바뀌었다고 물었는데 조용필은 자신도 나이가 들어서 예전과 같은 창법일 수 없다고 답했다. 조용필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답했고 나는 고음이나 락 스타일의 곡을 이제는 부르기에는 목에 부담이 간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근 앨범의 스타일처럼 좀 더 차분한(?) 노래를 선곡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연달아 부른 5곡 모두 락이었다. H와 같이 갔는데, H는 만날 조용필은 트로트 가수 아니냐고 놀렸는데 첫 곡의 시작을 듣자마자 바로 사과했다. 자기가 크게 오해했다고. 거의 30곡 정도를 부르는 동안 대부분의 선곡이 락이었고, 그날은 앰프 예열이 잘 되었는지 전날과 달리 세팅이 바뀌었는지 정말 콘서트장 전체가 진동하도록 시원하고 웅장했다. 의자와 바닥이 진동했다.
일단, 조용필 콘서트를 보면 깨닫는 것. 콘서트는 무대의 예술이고 그래서 조용필은 무빙 스테이지(진짜 무대가 증식하고 움직인다)를 쓰거나 스크린을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는 빛의 예술로 만들었다. 콘서트의 가장 기본이 음향이라면(노래와 연주 실력은 그냥 당연하니까) 음향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다음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서 이번 공연은 빛의 예술이라는 답을 가지고 왔다. 빛으로 폭우를 만들었고 빛으로 스크린을 만들었다.
가장 충격적인 거. ‘그래도 돼’를 라이브로 들으면서 깨달았는데, 그냥 이어폰으로 듣는 것보다 훨씬 더 부르기 어려운 노래였다. 그리고 창법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기자의 질문은, 나이듦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H는 라이브를 들으며 음원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어떤 촌스러움이나 뽕끼를 전혀 느낄 수 없고 엄청 세련되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원래 조용필은 콘서트 때마다 현재성을 갖도록 편곡을 하고,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도 새롭게 편곡을 한다고 말했기에 편곡의 차이라고 이해했다. 편곡의 차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서, 선곡 중 하나인 1980년에 나온 노래를 1990년대 중반에 부른 판본을 틀었는데, 창법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1990년대 부른 라이브에는 1980년 당시의 창법이 거의 그대로 있었다. 이번에는 그게 아예 없었다. 19집, 20집을 내면서 창법을 바꾸고 최근의 스타일로 바꾸면서 1980년대 곡 역시 최근의 창법으로 다시 부르고 있었다. 올해 74살, 데뷔한지 55년이 더 지난 가수도 여전히 현재성을 갖추기 위해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다 바꾸고 있구나.
이래저래 감동적이고 즐거운 자리였다. 그리고 하나. 모나리자를 부르가 갑자기 백발의 노년 여성으로 보이는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고 이후 계속 춤을 췄다. 앞서 트로트 스타일의 노래를 부를 때도 일어나지 않으셨는데 모나리자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하셨다. 왜 모나리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