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늘한 날, 서늘한 기운이 몸을 타고 놀면
당신의 이름을 가만 부를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서 무엇 하겠어요.
그냥 당신을 그릴 뿐이죠.
킥킥, 웃으면 당신이 떠올라요.
당신, 부르며 흩어지는 몸들. 어찌할 줄 몰라
사방으로 방황하는 몸들. 몸을 떠난 몸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디로 가면 몸 떠난 몸이 몸의 공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킥킥 웃는 사이에 몸은 흩어지고 당신은 어딘가로 가버리죠.
이름만 희미하게 남았어요.
아무 것도 없고 이름만 남았어요. 이름이 곧 존재를 규정하는 삶에서
당신의 이름은 당신의 무엇을 규정하고 있는 걸까요.
어떤 틀로 당신을 찍어내고 있는 걸까요.
흩어진 몸은 어떤 틀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걸까요.
어떤 거푸집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걸까요.
당신, 가만 부르며 당신의 거푸집을 만듭니다.
그 속으로 들어가서 웅크리고 앉아요.
킥킥, 킥킥킥, 키득키득 킬킬킬
참지 못할 웃음균에 전염이라도 된 마냥
당신, 킥킥 웃으며 불러요.
몸 떠난 몸이 찾아가요,
부르면 금방 부서질 것 같은 얇은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