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보리는 좀 위태롭게 느껴지던 시기를 지나 언제나처럼 발랄하게 지내고 있다. 과거에 아팠던 후유증과 노화에 따른 것이라고 믿기로 했고 여차하면 줄기세포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은 발랄하다. 그러면 충분하다.
ㄴ
안식년으로 집에 오래 있었다. 직업 5개 중에서 하나만 쉬었을 뿐 나머지는 유지되었지만 그래도 집에 있을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알게된 것, 퀴노아는 질투를 하고 있었다. 같이 온 귀리는 덩치 큰 치즈고 그냥 강아지다 싶게 손을 잘 타고 부르면 뱃살을 출렁이며 달려온다. 퀴노아는, 내가 숨만 쉬어도 도망칠 정도로 예민했다. 동네냥이라면 잘 살았을텐데 집에서 사는데 그렇게 도망쳐야 했나… 근데 집에 오래 있고 낮에도 계속 쓰다듬어 주거나 나의 배 위에 올라와서 한숨 자게 냅뒀더니 덜 도망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도망쳤을 상태에서 버티거나 크게 놀라지 않게 변했다. 안식년으로 집에 오래 있으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다.
ㄷ
앞으로 어찌 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