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6시 45분이었다. 45분이나 늦잠을 잤다. 라디오에선 손석희와 김종배가 뉴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울하고 조급함이 밀려왔다.
잠이 덜 깬 것인지, 긴장이 풀렸는지, 늦잠의 처벌인지, 사무실에 와서 커피를 두 번이나 쏟았다. 한 번은 바닥에, 또 한 번은 책상에. 책상에 있던 책이나 가방은 무사한데 쌓아둔 논문들이 젖었다. 일부분이 커피에 물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변색한 것처럼 눅눅하다.
아, 그제야 떠올랐다. 아침에 온 몇 개의 문자. 회원/고객관리 차원에서 보내는 것들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사실이 떠올랐다. “이팀장” 생일이 얼마 전이었다는 걸. 음력을 계산했다. 푸훗. 오늘과 내일 이틀 연속으로 생일이다-_-;;;;; 웃기다. 이틀 연속 생일이라니.
생일선물은 푸짐하다. 퀴어문화축제 행사의 하나인 수다회에서, 마침 오늘 [너 TG? 나 TG!]를 한다. TG, TS(트랜스젠더transgender,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와 고민 중인 사람들만 참석할 수 있는 자리다. 루인에게 이 보다 좋은 자리가 있을까. 다만 토론 내용은, 너무 논쟁적이다. 성별변경의 법제화와 관련한 내용인데, 모든 법제화를 반대하고 기존의 모든 법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루인으로선 모호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주제다. 지지하지만 반대한다는 의견은 가능할까? 이분법으로 나뉘는 논쟁에선 불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루인은 지지하지만 반대한다.
생일 따위 모른 척 지나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초등학생 저학년 즈음 이후로 생일을 건너뛰는 날이 많았기도 하고 루인은 축하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란 느낌 때문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생일을 물으면 언제나 대답을 피했다. 물론 요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년부터, 스스로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자기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작년엔 [우리 시대의 소수자 운동]을 주었다. 올해는? [메종 드 히미코] DVD가 나왔다면 이 DVD를 주겠지만 아직 안 나왔나 보다…라고 적고 확인하니 이미 출시했다. 흑. 그렇다면 [스윙걸즈]와 [청연: 특별판]을 사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흐흐. 이히히히히히. [메종 드 히미코]보다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
이젠 그냥 이렇게 스스로 축하는 방식으로 보내고 싶다.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이며 축하하는 방식. 우울하게 시작한 하루지만 “다 괜찮아”라는 말로 다독이는 하루고 싶다.
모든 법제화의 반대의 의미는.. 사형 제도라는가.. 강도.. 강간.. 기타등등의 처벌도 함께 의미하는 건가요? 궁금.. @_@
법제화를 반대한다는 게, 법제화를 통해 더 많은 배제와 차별이 발생해서요. 성폭력특별법만 하더라도, 한 편으론 효과가 있지만, 지금에 와선, 성폭력피해경험자의 유형을 고정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피해경험자가 아니란 식으로 몰아가는 경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성폭력피해경험자를 병리적은 현상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의학계의 일부에서 있다고 들었어요. 성폭력피해경험자는 이러이러한 반응을 보인다고 고정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국가권력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은 아이디어가 없지만-_-;; 법을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맥락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품고 있고요.
사형제도는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고 몸앓아요. 루인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몸앓거든요. 처벌을 안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벌과 함께 그 사람이 감수성을 변화할 수 있는 작업이 잇따라야 한다고 믿는 거죠. 그 사람이 전범이라면 반전-평화운동가가 되는 식으로요. 그냥 이런 믿음을 품고 있어요.
그나저나 블로그는….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무일 없어요. 그냥 자기시험중이였고 기분의 변화가 와서 그런걸요. 온라인으로 오래 접하다보면 저에게서 익숙해져야 할 상황이예요. 몇 분들은 여러번 거치셨어요. ㅋㅋ 🙁 아시겠지만 쌍둥이자리가 원래 변덕이 심하잖아요. 😀
아, 그렇군요. 오히려, 루인 때문에(단지 루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고민하셨다니 죄송하고 고마운 걸요.
성폭력특별법에 그런 이면이 있는지는 몰랐어요. 성폭력피해경험자를 고정하는 건 슬픈 일이예요. 사형제도는 음.. 전 오락가락해서.. 하하~ 처벌과 함께 ‘교정’이 굉장히 중요한 것은 알지만.. 넌센스죠. 크~
처음 성폭력특별법을 공부할 땐 법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느꼈다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느끼고 관련 얘기들을 들으며 아프더라고요. 그러다가 트랜스나 이반 관련으로 법을 살짝 고민하면서는, 아예 반대하기 시작했더래요. 흐흐.
루인님 생일 이셨군요. -_-; 그날 딱 축하해요. 했어야 하는데. 에휴 뒷북이다;;;;;
고마워요^^ 그냥 조용히 보내고 싶어서 쓸까말까 했거든요. 헤헤
앗.. 정말 생일인거예요? 왜 문장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흐흐~ 루인님이 즐겨쓰시는 한자의 독음을 드디어 알아냈습니다. ㅋㅋ 현자밖에 몰랐는데 빈자가 암컷빈으로 크게 나와서 깜짝 놀랐죠. 하지만 계곡이란 뜻도 있고.. 현빈.. 하늘 입구인가 뭐 그런 뜻도 있고.. 좋은 뜻이던데요 ^^; 늦었지만 저도 축하드려요 ^^
에헤헤, 고마워요^^
玄牝은 루인이 살고 있는 방이면서 이상향이기 해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