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그 앨범을 듣기까지 앨범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 앨범이 처음 산 앨범도 아니고 단지 몇 장 산 앨범 중의 한 장도 아니었다. 몇 백 장의 앨범 중의 한 장이었고, 그들을 접하기까지, 접하고 나서도 열렬히 좋아하는 가수는 따로 있었다. 14장의 정규앨범에 라이브나 그 외의 앨범까지 20장에 가까운 앨범의 모든 곡을 다 외우는 가수도 있었다. 그 가수의 노래는 아무 부분이나 1초만 들어도 어느 앨범의 몇 번째 곡이란 것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했고, 매 앨범에 열광했다. 그러나 앨범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 건 그 그룹의 그 앨범이 처음이었다.

앞선 앨범을 800만 장 이상 판매한 그룹의 다음 앨범이었다. 그룹의 일원 중 한 명을 해고한 상태였고 그래서 음악의 방향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언젠가 한 기사에서 읽은 내용: 일본에서 라이브를 하는데, 미국인으로 추정하는 팬이 일본에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그 미국인으로 추정하는 사람은 라이브 내내 “일렉트로닉!!!!!!!!!!”을 외쳤지만 그런 외침은 무시되었고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쿠어스틱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그 앨범으로 공연 방식이 바뀌었다.

앨범 홍보와 투어가 끝날 즈음이었나, 그룹의 리더는 인터뷰를 하는 중에 대충 이런 말을 했다고 읽었다: 앨범이 대박이 났으면 천재라고 불렸겠지만 바보가 되었다고.

그 앨범의 변신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논쟁적이었고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태만한 앨범이란 평에서부터 보컬의 신경질적인 톤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들까지. 다섯 번째 앨범이 워낙 산만한 앨범이라 그렇지, 자칫 최악의 앨범으로 평론가들에게 평가 받을 뻔 했다. 하지만, 루인에게 이 앨범은 가장 아름다운 앨범이자 묘하게도 처연한 슬픔이 느껴지는 앨범으로 남아있다.

이쯤이면, 아니 두 번째 문단만 읽고도 누구의 무슨 앨범인지 짐작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느낀다. The Smashing Pumpkins의 [Adore]. 내성적이면서 어두운 느낌이 묻어나는, 기묘하게 처연한 느낌과 억제하는 신경질.

…요즘 이 앨범을 자주 들으며 위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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