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 부산에 갔을 때, 어김없이 올해의 운세를 뽑은 종이를 접할 수 있었다. 루인은 별자리를 좋아하지만 별자리 운세나 어떤 운세 보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 편. 하지만 직접 보는 걸 안 좋아할 뿐, 이런 결과 듣는 건 또 무지 좋아한다.
그리하여 2006년의 운세는 꽤나 흥미로웠는데 생뚱맞은 내용이 둘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달에 관재수가 있다는 말과 11월에 시험을 친다면 붙는다는 내용이었다. “2006년 문답”이란 글에도 적었듯 이 두 가지는 성공 혹은 실패로 분류했지만 정말 이런 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 관재수가 꽤나 재미있는 내용이었는데, 관재수가 단지 11월 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연원은 6월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 내용을 듣고 처음엔 무지 재미있었고 [Run To 루인]에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참으며 연말에 써야지 했는데, 다행히 잊지 않고 이렇게 쓰고 있다.
그러니까 올해의 운세에 따르면(그리고 전해들은 내용의 언어들을 그대로 옮기면) 6월 즈음 한 “미시족”이 루인이게 접근하고 그래서 11월 달의 관재수는 이런 “불륜”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푸하하하하하.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웃겼는데, “불륜”이라는 지점 때문이었다. 몇 십 년 혹은 평생을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고 여기는 루인인데-그러니까 정말 사랑해서 그렇게 살 수는 있지만 사랑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함께 살게 하는 건 정말 끔찍해- “불륜”이라니. 하긴, 윤리가 아니긴 하다,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의미에선. 그러니 재미있다고 느꼈고 올해는 연애운이라도 있다는 의미인가, 라고 비실거리며 웃었다. 푸핫.
이 말이 불쾌했던 건, “미시족”에 대한 비난의 언어들, 함께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아무 잘못 없는 루인을 “미시족”이 유혹한다는 전형적인 비난의 언어들, 이에 따른 타자화 등이었다. 이 점쟁이부터 이 말을 전해준 분의 언어까지 모두 불쾌했다. “평생을 함께할 것을 요구하는 결혼관계”를 당연시하고 연애를 “불륜”으로 바꾸는 지점들에서 꽤나 몸상했다.
[#M_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 비밀! 흐흐. 사생활이라곤 없는 블로그를 통해 추측은 가능… 아무일도 없었다는 거지, 뭐 |
여기서 반전이 있는데, 정말 이런 일이 있을 뻔 했다는 거. -_-;;; 그 점쟁이 용하다. 관재수는 없었지만 갑자기 친한 척 하는 사람이 있긴 했다. 다만 그 거리의 문제 때문에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루인은 사람마다 일정한 거리를 두는 편이다. 그 거리는 개개인마다 다르기에 6개월 동안 꽤나 자주 만나도 낯선 사람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두 번 만나도 친밀함을 형성하는 관계가 있다. (별자리를 좋아하는 관습에 따르면, 1월에 태어난 사람들과 친밀함을 좀 더 빨리 형성하는 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런 거리와 속도를 무시한다고 느낄 때, 루인은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되었고, 커밍아웃의 정치학으로 간단하게 끝났다. 커밍아웃이 이럴 때도 유용하다니-_-;; (관련한 글들은 요거, 이거) 물론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기묘하게도 커밍아웃 이후 루인이 딱 좋아하는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커밍아웃이 정말 좋기는 좋다. (관련글은 이거와 요거)_M#]
시험운은 조금 다른데, 지난 11월 말 즈음, 친구가 과외자리가 있다면서 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었다. 그때 루인은 상당히 망설였는데 지금까지 과외를 하지 않았다는 점, 한창 바쁠 시기였는데 과외까지 할 경우 상상도 못할 바쁨에 따른 걱정, 루인의 수학 실력이 별로인데 과외를 하자니 양심적으로 너무 찔린다는 것. 그날, 과외를 갈등하며 이것이 그 시험운이 아닐까 했지만 결국 과외자리는 물 건너갔다. 망설이는 동안 다른 사람이 생긴 것.
우후후. 이제 2006년도 끝나간다. 하루 차이가 일 년 차이가 된다는 사실이 괴상하지만, 예의상 3초간 설레는 척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