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라지다

바스라지다, 라는 말을 자주 중얼거려요.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단어마냥 낯설고도 익숙하고 예쁘게 들려요. 바스라지다, 바스라지다.

영화감독인 이준익씨는 마음이란 어디로 향할 지 알 수 없어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루인은 그래서 좋아해요.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을 좋아해요. 감정만큼 솔직한 것도 없잖아요.

감정이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그렇게 변한 감정을 읽는 작업을 좋아해요. 감정변화가 워낙 심한 루인인지라 그런지도 몰라요.

며칠 사이, 모든 감정이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무뎌졌다고 하기 보다는 바스러지고 있다고 느껴요. 그 조각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변한 감정들은 몸 어딘가에 숨어있다간 불쑥불쑥 나타나기 마련이죠. 기다려요. 그렇게 변한 감정이 어느 날 불쑥 아프게 몸을 흔드는 순간을.

하지만 괜찮아요. 무엇이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허수경 시집을 챙길 걸 그랬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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