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제5회 인권활동가대회(2007.01.18-2007.01.20.)에 참가하고 왔다. 玄牝에 돌아오니 방은 싸늘하고 몸은 아쉽다. 하지만 좀더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런 다짐이 단지 한 시간에 끝난다 하더라고 지금은 이런 다짐을 하고 있다.
아주 간단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기 전까진 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연대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 알고 있다 하더라도 대화를 시작하기 전까진 ‘모른다’는 것.
행사의 하나인 주제마당(19일)은 참가한 단체 중에서 직접 주제를 정해서 진행하는 자리였고, 루인의 어처구니없는 발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논의 중 몸에 남아 있는 중요한 흔적들은 “화장실”과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의 만남” 정도랄까.
화장실 ‘문제’는 첫 날 대회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발생했다. 오후 2시 즈음 도착했고, 방 배정은 저녁 6시 이후에나 할 예정이었다. 도착한지 얼마 안 지나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화장실 입구에 서는 순간,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흔히 말하는 “여성”용? “남성”용? 어느 쪽도 루인은 들어갈 수 없었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트랜스인 루인은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
그나마 다행인 건, 대회를 기획한 준비모임과 이와 관련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는 것. 우선 루인은 다른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의 활동가들과 얘기를 나눴고, 사회를 보고 있는 준비모임 구성원에게 이와 관련한 논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루인도 얼결에 준비모임이었다 -_-;;;) 전체 논의를 제안하기 전에 미리 지렁이와 사회자 사이에서 간결하게 합의를 도출했고 다른 한 층의 화장실을 방을 배정하기 전까지에 한해 공용 화장실(성별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사용하기로 했다. 전체 회의를 통해서도 그렇게 결정했다. 그러니 루인은 화장실을 사용했느냐고? 아니. 결국 루인은 방을 배정 받고 나서야 화장실을 사용했다. 별도의 화장실을 요구했음에도 왜 사용할 수 없었을까, 혹은 사용하지 않았을까.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 상당수가 이와 관련한 얘기를 알고 있었고, 주제마당에서도 이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면 주제 마당에 참가한 사람들의 구성원은 논의하기에 너무도 좋은 집단이었는데, 레즈비언 단체에서 몇 명이 왔고 장애인단체에서 몇 명이 왔다. 화장실과 관련한 논의는 특히, 장애인 단체 사람들이 많은 얘기를 했는데, 다들 알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남성”화장실과 “장애여성”화장실이 아니라, “남성”, “여성”, “장애인”인 식이다. 장애인을 무성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단체에서도 화장실 정책과 관련해서 지속적인 운동을 펼치고 있고.
루인의 제안은 개별화장실이었다. (이런 제안의 내용이 새로운 건 아니다. 이와 관련해선 별도의 글을 쓸 예정.) 자신의 성별정체성이 무엇이건,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상관없이 혼자만 들어가서 사용할 수 있는 개별 화장실.
한 레즈비언 단체(단체명을 정확하게 밝히기가 난감해서)에서 온 분들과는, 소위 말하는 정체성 경계와 관련한 얘기를 했었다. (물론 다른 얘기도 많이 했다.) ftm 중엔 레즈비언으로 자신을 얘기하다 트랜스남성으로 자신을 다시 명명하는 이들도 있고, 자신은 레즈비언이 아니라 트랜스남성이라고 얘기하지만 일부 레즈비언과 일부 트랜스남성 사이엔 겹치는 경험이 너무도 많다. 바로 이 지점을 얘기했다. 이 논의의 성과는, 이것 및 트랜스남성의 남성성과 젠더특권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눌 별도의 자리를 갖기로 한 것.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아니어도 적지 않은 느낌들이 있었다. 서로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있고 그런 과정에서 무수한 연대 지점들을 읽었고 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갔다.’ 이 ‘스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일 듯.
그리고 함께 준비모임을 하셨던 분들 수고 하셨어요. 비록 이곳을 모르겠지만 🙂 짧지만 알아 가는 과정에 있어서 기뻤고 많이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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