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어구로서 “당신은 나의 태양”란 말이 있다. 이 말이 단순히 내 인생에서 당신은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난다, 란 의미 만이 아니라, 내 삶이 당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고백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듯, 나는 당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어요… 아니 에르노는 그의 소설에서 청소를 할 때 청소기 소리에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까봐 청소도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아주 빨리 처리했고 누군가 길게 이야기라도 걸어오면 속으로 분노를 품었다고 했다. 그러며 얼른 집으로 돌아와 전화를 기다렸다고. 물론 그 전화는 기대했던 날마다 오지 않았고 언제나 실망 혹은 절망의 언저리 머물 즈음에야 비로소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당신은 나의 태양, 나의 삶은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아멜리 노통의 [오후 3시 반]이었나? 얼추 이 비슷한 제목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시간 즈음의 어떤 감정들을 다루고 있는 소설. 루인은 오후 4시 언저리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경향이 있다. 뭔가 공터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시간이랄까. 루인이 태어난 시간은 오후 4시 20분 즈음인데, 농담처럼, 태어나기 싫어서, 태어난 것이 트라우마라서 그래, 라고 중얼거리며 낄낄 웃은 적도 있다. 하지만 오후의 시간은 다른 시간보다 더 더디게 흐른다.
언젠가 적은 글에, “진한 소금물이 코에 들어간”, “비염 걸린 코감기 같은 시간”이란 식으로 쓴 적도 있다. 오후 시간의 태양볕은 소금병정들이 루인을 향해 화살을 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오후 4시 즈음의 태양볕을 쬐고 있으면, 오후 4시 언저리의 시간을 지내고 있으면, 이런 느낌이 든다.
주기적으로(주기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주기로) 아침마다 온 몸에 불화살이 촘촘하게 박히는 환상 혹은 망상에 빠지곤 한다. 석궁으로 쏜 불화살이 몸에 박히는 느낌. 그 느낌은 딱히 고통스럽다거나 괴롭다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그렇게 루인의 몸에 박혀가는 화살들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일종의 매혹적인 달콤함이기도 하다. 잠에서 깨어 앉아 있을 때면, 화살이 날아와 몸에 박힌다.
…요즘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