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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알람은 핸드폰이 아니라 사실 지지(mp3p)의 라디오 알람이다. 핸드폰으로 울려 봐야 그때뿐이지만 라디오를 켜면 계속해서 소리를 듣기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결국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며 전날 있은 소식부터 해서 인터넷 뉴스로는 접할 수 없거나(검색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기에) 제목만 건성으로 읽고 지나갈 소식을 듣곤 한다.
그렇게 아침을 깨우는 라디오는 다름 아니라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다. (6시 15분이 기상시간이란 얘기.) 인터넷으로도 뉴스를 잘 안 읽는 습관이 있어, 라디오를 통해서라도 뉴스를 접하자는, 얄팍함의 결과랄까. “시선집중”을 듣노라면 사이에 또 다른 라디오 뉴스도 들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어제부터 라디오에서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는 소식은 미국의 총기사건. 하지만 라디오를 통해서도, 인터넷 뉴스의 제목을 통해서도, 소식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이 죽음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발생한 죽음을 “소비”(이 단어는 이 순간 적확하다고 느낀다)하는 방식 때문이다.
위에 링크한 기사제목들이 이 모든 반응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데, 기사에서, 인터뷰에서, 라디오뉴스에서, 걱정하는 건 오직 하나다. “한국의 위상”
인터뷰의 경우 주로 물어보는 건, 한국교민들 혹은 한국유학생들의 안전이다. 물론 이건 인종차별주의에 따라 발생할 지도 모를(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가능성에 대한 염려이다. 하지만 이런 안전에 대한 걱정은 차후 한국인의 위상 혹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다고 믿는 어떤 “위상”에 “흠”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서 비롯하고 있다. 리플 중 압권은 “이 일로 비자발급이 안 되면 어떡하나”였다. 화가 나는 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상의” 애도 한 마디 없다는 점이다. 아니, 있다고 해도 정말 예의상, 방송용으로 하는 말뿐이었다. 관심은 그 사건에서 죽은 한국인 한 명 혹은 두 명이 누구인가와 조승희씨가 한국인인지 아닌지의 여부이다. 그래서 조승희씨가 사실상 한국인이 아니라고 했을 때의 안도하는 반응들. 조승희씨가 한국인이 아니니까 교민들과 유학생들에게 별 피해가 없을 거고, 그럼 됐다는 반응들. 죽은 사람 중에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다면, 조승희씨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한국 언론을 장식했을까? 어떤 나라에서의 죽음은 얘기해도 어떤 나라에서의 죽음은 “hrnet”을 통해서만 얘기될 뿐이고, 누군가의 죽음은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죽음은 회자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애도는 없고 소비만 있다. 정말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일까.
새삼스럽지 않음에도, 이럴 때마다 무섭다.
늘 “알아서 기는” 사대주의 발상은 꼭 언론이 주도하죠… 그리고 그 여론대로 사람들은 무뇌충처럼 춤을 추어대고.
요즘엔 애도할 일이 참 많네요. FTA 반대로 분신한 분의 장례와 노제 소식도 있는데…
얼핏 전해 들은 소식 중에, 무릎 꿇고 사죄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정말 당황하고 있어요.
학교 생활 기록이라든지 이민 가기 전 살던 집의 모습이라든지… 사생활적인 부분들이 방송이나 기사로 많이 다뤄지고 있어서 헉.. 했어요. 어떻게 유명해지든… 학창시절이나 살던 집이 좋아야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
국내 방송 뿐만 아니라 미국 방송 자료 화면에도 주위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인터뷰 내용들도 좀 거슬리던데요.
애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늘 희생자는 ‘친절하고 밝고 착하고… 동물을 사랑하며.. 블라블라~’ ..
모두 맞는 말이겠지만…. 좀 그렇더라구요. >_<
이름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사진을 전시하고, “원래 그런 사람”이란 식으로 반응하고…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서 이젠 소식을 듣는 것 자체가 무섭기도 해요.
가해자의 전형을 만들어 내서, “이것 봐라”란 식의 말들이나 피해경험자의 전형을 만들어선 “방송용 각본”에 맞추는 모습들이 사실은 애도가 아니라 자신들은 피해를 경험하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반응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반응들을 접하고 있으면, 정말, 좀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