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수정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해도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 문제가 있는 부분을 깨닫기 마련이다. 이건 이런 문장이 아니라 저런 문장을 써야 했고, 여기엔 이 단어 말고 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확하고…, 이건 상당히 문제가 많은 인식이고, 등등. 그냥 읽어도 이런데 수정하겠다고 작정을 하고 읽으면 더 말해 무엇 하랴. 그래서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프린트한 종이엔 붉은 펜이 지나간 흔적이 가득 남는다. (이미 출판한 글을 잘 안 읽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어제 메일로 보낸 원고를 어제 오후와 오늘 아침에 다시 수정해서 메일로 발송하며 더 이상 안 고쳐야지(=책으로 나올 때까지 안 읽어야지), 라고 다짐했다. 이러다간 끝이 없겠다 싶었다. (근데 정말? 루인이 가능할까? 오늘이 인쇄소에 넘기는 날이라고 믿으면 가능해. -_-;;;) 그러며 며칠 전부터 읽다가 외면하기를 반복한 글을 붙잡았다. 며칠 전 늦은 밤에 들은 논평을 염두에 두고 다시 읽으니, 논평의 의미가 더 분명하게 다가오고 또 다른 문제들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논평을 들을 당시엔 상당 부분을 버리고 다른 내용으로 채워야겠다고 구상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다 싶다. 그보다는 설명을 해야 함에도 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들을 채워야 한다는 걸. 그것도 루인의 맥락을 더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
그날 그 자리에선, 기존의 글을 버리고 아예 새로운 글을 써야겠다는 말도 했다. 곧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지만, 이런 다짐이 꽤나 중요한 효과를 낳았다. 기존의 글을 버리겠다는 다짐을 할 때, 문제점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건 오늘 다시 발송한 글에서도 마찬가지고.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다짐으로 수정하는 것과 아니다 싶으면 버릴 수 있다는 다짐으로 수정하는 것의 차이려나.
우선은 간단하게 수정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읽은 상황이고, 이제 본격적인 수정에 들어가려는 찰나, 슬쩍 외면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겠지만, 막상 하려니 선뜻 내키진 않는다. 블로그 글이 아니면 워드로는 글을 쓰지 않는/못 쓰는 루인을 살짝 원망한다. 이번 퇴고의 경우엔 워드로 해야 편한데, 또 그러지 못한다. 이 점이 부담스러워서 자꾸만 외면하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오늘 안에 수정하고 워드작업까지 마쳐야 한다. 다른 읽을거리도 밀려 있고 수정한 틀을 다시 수정해야 하기에. 목요일이 수업인데 석탄일이라 쉰다는 사실에 감사!
연구실의 창밖은 반짝반짝 빛난다. 퇴고하기 딱 좋은 날이다. 글을 쓰기도 좋은 날이고. 태양이 빛나는 시간에 주로 글을 쓰는 루인으로선 더 없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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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영화 보러 가고 싶다. 우헤헤. -_-;;
루인님, 다른 서치하다가 좋은 사이트 하나 찾아서 나누려고 덧글 남겨요. 이미 아시려나? 트랜스 스터디 하는 사람들이 만든 사이트인데, 학술 레퍼런스가 최근 것들까지 잘 되어 있더라고요. 저도 좋은 자료 많이 찾았어요.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도움 되시길! http://www.trans-academics.org
와아! 모르고 있었는데, 알려 줘서 고마워요!
얼른 가서 자료들을 찾아 봐야 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