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두 갈래였다. 어느 쪽으로 가도 거리는 비슷했다. 그래도 자주 가는 길은 있기 마련. 왜 그 길로 다녔을까? 다른 길도 있는데 왜 그 길로 다녔을까. 한참 지난 지금에야 묻는다, 왜? 그렇게 항상 다니던 길이 있지만, 태양볕이 뜨거운 여름이면 다른 길로 다녔다. 주택가 낮은 그늘을 따라 걸었다. 낮은 그늘을 따라 무더운 태양볕을 피해 걸었다. 그러니 여름뿐이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꽤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곤 했다. 태양볕을 좋아한다. 그때도, 지금도. 눈을 뜨고 태양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한다. 눈이 아파도, 그래서 눈물이 날 때에도 자꾸만 태양을 바라봤다. 종점이기도 한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길 기다렸지만, 정말 기다린 건 버스가 아니었다. 여름이었고 태양볕이 따갑다고 느껴지면, 나무 아래에 서 있기도 했다. 태양을 보면서도 그 길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니, 그 몇 번은 모두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의 일이었다.
10년도 더 지난날들. 몇 해 전부터인가, 태양볕을 맞으며 걷기 좋아하는데도, 이렇게 여름이 오면 낮은 그늘을 따라 걷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넓은 그늘이 아니라 태양볕을 간신히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낮은 그늘로 걷기 시작했다, 그때, 손으로 태양볕을 가리며 낮은 그늘로 걷던 너처럼. 그리고 몇 년을 기다리며, 그 버스정류장에서 태양과 골목 사이를 어슬렁거리다 나무 아래 숨어 숨막혀하던….
준, 그리고 신애가 코고는 소리를 내는 장면들. 그리고 태양볕의 서늘함 혹은 스산함.
낮은 그늘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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