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다시 [밀양]을 읽고 왔다. 며칠 전에 읽은 영화인데, 전혀 다른 내용처럼 낯선 장면들 혹은 느낌들도 있었다. 아주 당연한 현상이지만.
기말 논문으로 사용할 텍스트를 결정했다. [트랜스아메리카]와 [미녀는 괴로워] 두 편. 영화를 읽는 도중에 한 가지 질문이 불쑥 튀어 올랐다. “[밀양]을 서사로 분석할 때, 페미니즘이나 젠더논의에 ‘기여’하는 측면은?” 이 질문에 막막함을 느꼈다. 만약 [밀양]을 분석한다면 이건 순전히 루인을 설명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할 뿐이다. 더군다나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이론적인 틀에서 더 적절한 텍스트는 [밀양]이 아니라 [트랜스아메리카]와 [미녀는 괴로워]이고. 다행인 건, 둘 다 좋아하고 한 번 분석하고 싶은 텍스트라는 점. 다만 이 두 텍스트를 피하고 싶은 바람이 컸는데…. 루인이 트랜스(젠더) 이론을 전공으로 하고 있다는 걸 선생님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기말논문을 이 주제로 쓸 때, “그럴 줄 알았어”라는 반응 혹은 “당연히” 이 주제로 글을 쓰겠지라는 예측을 배신하고 싶은 바람. 언제나 이런 바람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가, 루인의 관건이다.
[밀양]을 읽으며, 이신애가 나오는 장면마다 모두 소유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절실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금 이 영화를 “분석”하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이신애에게 너무 붙어서 거리두기를 할 수가 없었다. 건조한 거리두기가 필요한데, 지금으로선 넋두리로 끝날 것 같다. 넋두리가 무의미하거나 무가치하단 게 아니라, 제출해야하는 글의 형식 때문에. 아무튼 다시 읽은 [밀양]은 내일.
전 밀양 보면 처절할 것을 염려하여 무서워서 한 번 보는 것도 아직 못하고 있는데, 루인님은 또 보셨다니 *_*
두 번째 볼 때도 이가 부딪히더라고요. 그렇게 떨면서 봤어요. 흐흐.
그래도 또 읽고 싶은데, 루인이 사는 동네에선 이제 상영을 하지 않아 아쉬워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몸 속에서 “그득 그득” 소리 내는데 소재와 나 사이의 거리두기가 안 돼서 못 쓰는 일 때문에 지금 저도 머리 아파요 흐흐. 되게 벅차면서도 상당히 “frustrating”한 그런 상황. 🙂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넘치게 하는 영화같아요.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