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고민하고 있는 건, 하리수의 “여성성”이야. 왜냐면 연예인 중에서 하리수만큼, “여성성을 과잉 재현해서 여성들을 억압한다”는 비난을 받은 이도 없기 때문이지. 적어도 루인이 아는 한. 혹은 2001년 하리수가 등장한 이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여성성을 과잉” 재현하는 건 단지 하리수만은 아니잖아. “여성”연예인으로서 TV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성”을 “과잉” 재현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지. 그럼에도 이효리의 “여성성”은 종종 “멋진 여성성”의 표본이 되곤 하지만, 하리수의 “여성성”을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아직 못 들어 봤어. 이효리가 “여성성을 과잉” 재현하는 건 “멋진 여성성”이 될 수 있지만, 하리수는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인 건 왜일까. 이런 의문에 가능한 대답 혹은 혐의는 “하리수는 여성이 아니라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이다”일까? 왜 이효리의 “여성성”은 트랜스젠더(mtf/트랜스여성) 커뮤니티건 아니건 상관없지만, 하리수의 “여성성”은 mtf/트랜스여성 커뮤니티 정도에서만 “모범”(혹은 “규범”)이 될까? 어쨌거나 트랜스젠더 영화라고 일컫는 [천하장사 마돈나]의 오동구마저 하리수가 아니라 마돈나를 이상으로 삼고 있는 건, 단지 감독의 취향 때문일까 아님 하리수가 소비되는 방식 때문일까. 하리수는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에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많은 경우엔 그렇지 않은데, 이건 단지 하리수가 TV에서 보여주는 모습 때문일까?
#조금 딴 소리: 다시 확인을 안 했기에 이런 판단이 무리인 건 알지만, [천하장사 마돈나]는 트랜스젠더 영화라기보다는 게이 드랙퀸 영화란 혐의가 더 짙어. “마돈나”가 “게이코드”인 건 별도로 하고라도.
루인은 정말로 언젠가, 하리수와 관련한 글 혹은 책을 쓰게 될까? 예전에 하리수와 관련해선 몇 권의 책이 나와도 부족하다고 한 적이 있어. 그렇다고 루인이 하리수와 관련한 책을 쓰고 싶지는 않다고 했는데. 하지만 결국은 쓰게 되는 걸까? 수동태로 말할 정도로,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밖에 없는 걸까?
이효리나 ‘섹스앤더시티’ 같은 프로가 그저 섹슈얼리티의 자유로운 표현만으로 ‘멋진 여성성’을 성취 가능한 것처럼 보여주는 건 맘에 안 들어요-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너무 간단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서 =_= (물론, 이러면서도 ‘섹스앤더시티’는 한때 열심히 봤죠 ^^;; 그치만 이효리는 별로 안 좋아해요..ㅋ)
그건 그래요. 여러 복잡한 상황들을 어떤 “아이콘”을 통해 계속해서 단순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 같아서, 속상할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