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악.

복학신청 기간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논문학기 등록을 하려면 복학신청을 해야 한다. 근데 그 기간이 언제지? 이미 지났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으로 확인하니, 이미 지났다. 확인하는 순간, 살짝 공황상태에 빠졌다. 내가 이런 적이 있던가. 이런 일처리에서 날짜가 늦은 적이 있던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요즘 뭐하고 사나 싶었다. 엉망진창이야, 엉망진창.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정말.

안절부절, 안절부절. 더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있지만, 정말 무얼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예전에 메모한 목차를 보는 순간, 난 방향 없이 달려왔구나, 싶었다. 지금 나는 과도한 욕심을 내고 있는 거야. 과도한 욕심을. 지금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데, 괜한 욕심을 부리며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있다. 이젠 포기할 건 정말로 포기할 때라고. 도대체 뭐하고 사는 거야. 그나마 목차를 확인하면서 조금 안심했지만 그래도 속상했다.

내일은 아침부터 정신없겠다.

사실 어제, 살짝 공황상태에 빠졌을 때 모든 걸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었다. 뭐하고 사나 싶었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소문만 내고 다닐 뿐이라고, 허풍뿐이라고 느꼈다. 그냥 다 관두고 어디 도망가서 숨고 싶었다. 근데, 안다. 도망가고 싶을 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걸. 도망가고 싶고 모든 걸 관두고 싶을 때가 바로 막바지에 다다른 시기란 걸. 도망가고 싶다는 건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게 아니다. 단 하나 남은 길에서 머뭇거리며 회피하고 싶은 거다. 간신히 추스르고 있다.

내일은 암튼 생전 안 해본 일처리를 해야 한다. ㅠ_ㅠ

게으름, 무력감

새벽 4신가 5시부터 계속해서 눈을 떴다.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길 반복했다. 어젠 좀 많이 늦게 자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침에 눈을 뜨니 7시 40분. 늦잠을 잤다. 근데 늦잠을 잤으니 서둘러야겠다는 다급함보다는 지겹다는 감정이 앞섰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었다. 매일 6시 좀 넘어서 일어나 씻고 학교에 가고, 다시 잠들고. 하긴. 요즘은 모든 지겨움과 무력감을 안고 사는 것 같다. 이젠 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무력하다. 날이 더워서일 테다. 난 더위에 무척 약하니까. 얼른 가을 아니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이사를 가지 말고 또 일 년을 연장할까 고민 중이다. 월세를 좀 올려 주더라도 그래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사하는 게 귀찮다. 어찌나 욕심과 미련이 많은지, 지난 번 이사 때보다 짐이 두 배로 늘은 것 같기도 하고. 지난 자취방엔 없던 세탁기와 냉장고가 생겼고, 책은 거짓말 좀 보태서 두 배로 는 거 같다. 아등바등 붙잡고 사는 게 한심한데, 버리질 못 한다. 이렇게 악착같이 붙잡고 산다고 뭐하나 싶다. 여름이다. 그래서 이렇게 무력할 따름이다.

근데 보통 원고를 보내주면, 일단 잘 받았다는 형식적인 답장을 보내주지 않나? 지난 월요일에 원고를 보냈는데 받았다는 답장이 없다. 지메일gmail이 수신 확인이 안 돼서 살짝 불안하다. 제대로 갔는지 발송사고가 일어났는지. 몰라. 알아서 하겠지. 처음 이틀 정도는 답장이 없어서 신경 쓰였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고 있다. 도착 안 했으면 먼저 연락을 주지 않을까 하면서. 아님 글이 너무 엉망이라 감당을 못 하고 있는 걸까? 흐. 사실 이 쪽에 한 표. 원고를 발송하고 한 동안 이 글이 떠올랐다. 차마 다시 읽을 엄두는 안 나고 이미지만 떠올렸다. 근데, 이 글이 참 기묘하다. 아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상한 느낌이다. 이런 글도 있구나, 싶은 느낌이랄까. 잘 썼다는 게 아니라 뭔가 기묘한 느낌.

몸 한 곳이 빈 거 같다. 텅, 빈 느낌.
아직도 이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