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나오는 꿈

가장 오래된 악몽은 아마도 3~4살 즈음에 꾼 꿈이다. 커다란 전세방에서 살던 시절. 그 방엔 벽을 대신하는 칸막이가 하나 있었고, 칸막이 너머에 작은 공간이 있었다. 손님이 오면 잘 수도 있고, 평소엔 창고처럼 사용할 수도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까지 전세로 빌렸는지, 아님 주인이 워낙 좋아 그냥 사용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곳은 가끔씩 혼자서 놀던 곳이었다. 보통 크기의 창문이 있고, 창을 열면 회색빛 담벼락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방은 항상 어두웠다. 하지만 이렇게 어둑한 느낌은 포근하거나 아스라한 느낌도 줬다. 그곳은 항상 저물녘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는 정도였고, 그곳이 좋았다. 그러니 그곳은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의 꿈속에선, 그곳에 세 명의 무서운 괴물이 살고 있었고,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그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의 정적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악몽에서 괴물이나 귀신과 같은 형상이 등장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내 악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건, 벌레였다. 아주 작은 벌레부터 무척 큰 벌레까지. 징그럽기 짝이 없는 벌레들이 꿈속에서 나를 좇아오면 나는 두려워 도망치곤 했다.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나는 어쩔 수 없어 소리를 지르고 잠에서 깨곤 했다. 그 느낌이 생생했다. 그리고 그 생생한 느낌으로, 벌레가 나오는 징그러운 글을 한 편 썼다. 언젠가 이곳에도 쓴 거 같은데, 그 글을 쓴 이후로 벌레를 무서워했다. 그전까진 메뚜기나 여치와 같은 곤충을 줄곧 잡기도 했는데, 그 글을 쓴 이후 벌레와 곤충은 내가 가장 무서워하고 징그러워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악몽은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꾸었을까? 이것까진 기억이 잘 안 난다.

오랫동안 벌레가 나오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리하여 벌레가 나오는 악몽은 잊어갔다. 그저 벌레만 무서워하거나 징그러워할 뿐. 더 이상 벌레가 나오는 꿈을 꾸지 않았다.

어제 밤, 벌레가, 그것도 바퀴벌레가 나오는 꿈을 꿨다. 자고 있는 이불 바로 옆에서 벌레가 뽈뽈뽈 기어 다니는 모습을 어두운 방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벌레가 뒤집어 졌을 때 나는 끔찍해서 소리를 질렀고 당장 이 집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깨었을 때,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꿈을 꾸는 꿈이라 꿈에서 잠을 깬 건지 헷갈렸다. 눈을 뜨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내 옆에 벌레가 정말 있을 것만 같아서. 한동안 다시 잠들지 못 하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불을 켜고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다시 눈을 감을 수 있었지만, 그 느낌만은 쉬 지울 수가 없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꿈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긴급속보] 기자회견

관련글: “[긴급속보]루모씨 채식을 그만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 법한 역설 하나.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는 루인이, “한국 국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한다면 이 말은 참일까, 거짓일까? 다들 알겠지만, 이 말이 참이면 거짓이 되고, 거짓이면 참이 된다.

그럼 만우절 역설 하나. 만우절에 “이상의 내용은 만우절 특집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디까지가 참이고 어디까지가 만우절 특집 거짓말일까요?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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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의 댓글은 나중에 할 게요. 후후

[긴급속보]루모씨 채식을 그만둬..

관련 글: 채식주의 건강 지키려다 건강 잃을라 …

근 14년 정도 채식을 하고 있는 루모씨. 어제 밤 玄牝에서 몰래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을 지인에게 들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비록 최근 건강이 많이 안 좋아 몸이 위태롭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육식을 할 줄은 몰랐다며, 목격한 지인은 증언했는데요. 그간 자신은 채식(주의)자라고, 계란이나 우유도 안 먹는 비건이라고 그렇게 자랑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걱정하는 건 위의 기사 때문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루모씨의 해명에 따르면 위의 기사는 그저 육식과 식품과학이라는 허울이 만들어낸 헛소리일 뿐, 저런 기사를 믿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밤마다 남들 몰래 고기를 먹기 시작했을까요? 하지만 이런 질문에 루모씨는, “그냥 갑자기 고기가 먹고 싶어서…”라고만 말하며 말을 얼버무리고만 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자 핸드폰을 끄고 가능한 모든 연락도 거부하고 잠적했는데요.

문제는 루모씨가 몰래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을 발견한 제보자에 따르면,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잠시 미쳤나보다.”라고 루모씨는 변명을 했지만, 한두 번 구워먹은 솜씨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또한 루모씨 몰래 열어본 냉동실엔 다른 건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로 고기가 가득했다고 하는데요.

평소 비건이라 주변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상당한 민폐를 끼친 루모씨, 이 상황을 어떻게 넘길지 상당한 흥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평소 “육식하는 비건”이라는 지론에 따랐을 뿐이라며 뻔뻔하게 나올지, 민폐를 끼친 주변사람들에게 고기뷔페를 쏘며 공식적으로 육식을 할지, 상당히 궁금해지는데요. 마침 며칠 안에 공식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하니, 그때를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M_ +.. | -.. |
이상 만우절 특집이었습니다. 흐흐
(사실 이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흐)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