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좋아

아침 8시, 玄牝을 나서는데,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 아침 라디오에선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춥다는 느낌은 없었다. 늘 가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서 학교 사무실로 향하는 길, 서서히 추위가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콧속이 어는 느낌이려나. 학교까지 한 5분 거리를 두고는 아득하다는 느낌과 울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왜 이리 먼 거야! 하지만 이런 추운 날씨에 기분은 좋았다. 루인이 좋아하는 날씨는 바람이 불지 않는 추운 날.

다행히 학교 건물과 사무실은 서늘했다. 추운 바깥에서 갑자기 따뜻한 곳에 들어가도 별로 안 좋다. 몸이, 피부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9시가 넘어서면서 중앙난방식의 스팀에서 뜨거운 열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좋아좋아. 흐흐.

이틀 전에 본 [미녀는 괴로워]에 완전히 빠져 있다. 오늘 또 보러 갈 거다. 꺄아악~ 감상문은 내일.

좋아하는 거 문답(?)

키드님의 어명을 받들어 감히 하겠습니다… 흐흐 ^^;;;

[문답]
※살짝 나사가 빠진 상태라 알아서 걸러 들으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케이크의 종류는
케이크를 먹은지가 언제였는지 모르겠네요. 흐흐;;;
하지만 조만간에 스티키핑거스에 초코케이크를 주문할 예정. 초콜렛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해요. 히히.

당신이 좋아하는 음료는
물도 음료수라면 물이 제일 좋아요.
탄산음료는, 한땐 코카콜라 중독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싫어하고, 과일 음료도 맛있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저 물이 최고예요.
물론 카페에 가면, 낮엔 커피를 저녁 즈음부터는 과일음료를 시키지만요.

당신이 좋아하는 과일은
과일님께서 간택만 해주신다면 무엇을 마다하겠습니까. 후후후.

딱히 싫어하는 과일은 없고, 그 중에서도 좋아하는 과일이라면 수박과 사과. 사과는 너무 좋아요.
오늘 사과 한 박스를 선물 받고 너무 좋아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우헤헤헤, 룰루랄라~~

염색을 한다면 무슨 색으로
망설임 없이 보라색!
하지만 보라색이 어떤 색인지는 모른다는;;;;;;;;;;;;
이유는 [Run To 루인]의 어느 글엔가 나와있다는;;;
좋아하는 색은 있는데 그것이 어떤 색인지는 모르는 아이러니? 역설? 코미디? 흐흐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여기에 가면 루인이 어떤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후후.
사실 장르보다는 루인과 주파수가 맞느냐를 더 따지는 편. 물론 어떤 장르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 장르로 분류하는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렇게 분류하는 음악들의 어떤 감수성을 좋아한다는 의미이지만, 루인의 경우, 장르로 분류한다면 딱히 가리는 장르가 있는 건 아니예요. 단지 어떤 특정 코드 혹은 감수성을 좋아하는 편이죠. 🙂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순간적으로 공부!라고 말할 뻔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반성합니다. -_-;;;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하며 경고했잖아요ㅠ_ㅠ)
무지 넓은 서재를 하나 사서 책이랑 CD로 가득 채우고 싶어요. 지신이 붙었는지 루인은 한 곳에 콕 박혀 있는 걸 너무 좋아하거든요.
동시에 운동단체에 엄청난 기부를 하고 싶어요. 특히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 몇 백억 기부해서 상근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소박(엉?)한 꿈이 있어요. 흐흐.
(이런 대답을 보니 루인의 계급적인 배경과 상상력의 범위가 확연하게 드러나네요. 흐으.)

가장 재미있게 한 게임은 무엇
게임은 안 해요, 라고 말하려다가 전자사전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오델로에 빠진 적이 있어요. 한창 빠졌을 땐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돌이 뒤집히는 환시 본 적이 있을 정도. 그래도 상대방의 눈으로 오델로를 상상한 적은 없어요. 정말이에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향기는
딱히 좋아하는 향기는 없어요. 향수를 안 쓰는 걸요. 그냥 무취.
몸에 아무런 향기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힛.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려고 합니다. 무슨 색을?
무슨 색깔을 자주 바르는지 찾아보니, (The Face Shop 제품을 자주 사용하니 그것을 기준으로) 진청색 펄과 펄 바이올렛을 가장 좋아하네요. 그 중에서도 진청색 펄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지요. 펄 계열이 좀 더 예뻐요.

바톤은 고물상에 팔아버린 관계로… 킥킥.

몸살 기운과 죽은 듯이 자다

어제 아침부터 두통이 심했다. 잠을 잘못 잔 것은 아니었다. 방 안이 쌀쌀했지만 그저 몸이 조금 무거운 두통이려니 했다. 잠깐, 가스가 세나 하는 몸앓이를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악몽은 다시 바라지 않았다.

학교 사무실에 앉아 스팀을 통해 뜨거운 열기가 품어 나오는데도 담요를 덮었다. 몸살 기운이었다. 감기기운은 없지만 살짝 으스스한 상태. 두통약을 먹고 또 먹었지만 별 차도는 없었다.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가며 약을 샀다. 중얼거렸다. “아프면 안 돼. 내후년 2월까진 아프면 안 돼.” 라고. 악착같이 건강할 거라고 다짐했고 미미한 몸살기운이었지만 약을 먹었다. 힝. 그리고 약 기운에 취했다ㅠ_ㅠ

밤에 잘 때 약을 다시 먹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아프면 억울하니까. 약이 독한지 잠이 오는 약이라 먹고 자기에도 좋았다. 잠들려고 했을 땐 어김없이 가수면상태에 빠졌고 이후엔 죽은 듯이 잠들었다. 약 기운에 약간의 멍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났고.

오늘, 개별연구 발표가 있는데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속상했다. 울고 싶었다. 그럼에도 약속 시간에 임박해서까지 준비를 했다. 불만족, 불만족. 이 불만족이 루인을 성장케 하는 힘이지만, 이번 불만족은 너무하다.

(…)

끝나고 난 지금, 뭔가 허무하다. 허탈한 느낌이랄까. 한 학기 동안 한글 논문 5편, 영어 논문 20편, 영어 책 6권을 읽고 발제하고 발표했는데(사실, 개인연구를 하면 좀 편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시원하다기보다는 허무하고 맥이 빠지는 느낌이 더 크다. 발표를 하기 전에 밥도 먹었는데 심한 허기가 몰려온다.

사실 이렇게 분량을 정하며 처음 계획은 상세하게 다 읽고 논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무슨 내용을 다루고 있고 어떤 식으로 논지를 펼치고 있는지, 개괄하는 수준에서 하기로 했다. 그런 것이 스스로 무덤을 파버렸고 논문은 다 읽었고 책은 개괄 수준 이상으로 끌어가려고 애썼다. 그러니 괜한 욕심이 만든 결과다. 그러면서 불만족은 쌓여가고 지금은 너무 허탈하고 허망하다. 그러니 어떤 성적이 나와도 부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쉬고 싶은 욕심과 뭔가 몰입할 것을 찾았다. 그저 조금 쉬고 싶기도 하다. 교보에 가서 다이어리를 사고 밤엔 영화를 즐겨야지. 그 전엔 [Run To 루인]에 글을 잔뜩 쓰고 논문 한 편을 읽어야지. 으아아~~~!!!! 마지막 구절에 소름 끼쳤다.

확실히 글을 쓴다는 건,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풀어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잘 쓰건 못 쓰건 글만이 루인을 구원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