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그리움-얼룩

이랑 엠티를 갔다 왔다. 엠티를 가면 항상 그러하듯 뜬 눈으로 밤을 새웠고 졸음이 폭염처럼 쏟아지는 이 와중에 옅은 농도의 그리움이 심장을 옥죄어 든다. 그립다, 라는 말로 환생한 것인지 “그리움의 샌드위치”에 낀 인생인건지, 이렇게 그리움으로 범벅된 상태에 빠진 자신을 만난다는 건, 조금 아픈 일이다.

무엇이 이렇게 옅은 농도의 그리움에 빠지게 했을까. 빨아도 빨아도 너덜해질 뿐,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으로 얼룩진 삶. 막막한. 정적에 갇힌 시간들.

보고 싶고 그립다. 하지만 무엇이?

가시야,

썩지도 못할 낙엽을 밟으며 돌아왔어요. 이젠 썩을 수도 없는 운명으로 변한 것이 자신의 몸을 보는 것만 같이 묘하게 즐거웠죠. 몇 해 전, 몸에 새긴 상처가 아물지 않고 흉터로 변한 것과 닮아 보였거든요.

우리는 항상 서로의 불운을 경쟁했지요. 누가 더 많은 불운 속에 있는지 이야기 하고 ‘내’가 더 불운하다고 더 불운하다고 악다구니하며 지냈죠. 그래요, 우리는 서로의 불운을 멸시하고 그 불운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서로를 감시하는 관계였어요.

바람이 부는데도 뒹굴지 않는 낙엽을 보며 당신을 떠올렸어요. 당신이란 거울 너머 있는 저를 외면하고 싶었거든요. 더 불운해야만 사랑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 떠올라요. 그렇게 해서 남은 상처들이 다시 흉터로 남으려고 하네요. 썩을 수조차 없는 몸의 흔적들이 있어요. 실은 썩어가면서 더 선명해지는 흔적들이죠. 변하면 안 된다고 안 된다고 부둥켜안고 매 해 새로운 상처를 덧대고 그렇게 곪아가는 곳에 또 한 번 날을 들이밀고.

당신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요. 몸 한 곳의 욱신거림, 그 욱신거림으로 떠올리는 당신, 그리고 빗장 걸린 마음.

몸 한 곳에 이런 표정으로 웅크리고 있는 자신을 만나요.
당신은 안녕한가요?
전 안녕하답니다.

오델로

일전에 산 전자사전에 오델로란 게임이 내장되어 있다. 복잡하고 순발력이 필요한(혹은 시간 제한이 있는) 게임에 약한 루인이지만 이렇게 시간 제한 없이 약간의 전략(?)만으로 충분히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게임 자체를 즐기지는 않지만 종종 도피하고 싶을 때, 이 보다 좋은 도피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요즘 오델로에 빠져 있는데(승률 100%에 달한다, 으하하-_-;;) 그 증세가 좀 심각하다. 어느 강의 시간이든 항상 눈은 칠판이나 강사를 향하고 귀는 강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는데 머리 속엔 오델로 판이 그려지고 어떻게 하면 역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둘까, 저렇게 둘까 마구마구 고민하다 보면 강의 중이란 사실은 잊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선, 아차, 이런 상황은 불가능하지, 라는 깨달음과 함께 다시 강의 중인 공간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반복.

으흐. 거의 모든 상황이 오델로로 환원되는 찰라! -_-;;

(지금도 인터넷에서 오델로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