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언제나 그렇듯 사전 약속 없이 만났다. 만나자는 문자가 왔고 그러자는 답장을 보냈다. 아핫.

시원한 토요일 밤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배웠다. 특히나 홍대 같은 곳은 피해야할 대표적인 곳. 그렇게 사람 많은 홍대를 몇 시간씩 걸어다녔다. 한적한 곳을 찾아, 와우산이란 곳엘 가기도 했다. 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모르긴 몰라도 백만년 만에 산에 올라간 것 같다-_-;; 산행도 운동이라면 운동도 백만년 만인것 같다-_-;;;;;;;;;;;;;;;;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살건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그러며 종종 어색하고 예전만큼 신나지도 않은 우리들을 발견했다. 그냥 심드렁한 것만 같은 모습. 친구는 회사원이고 루인은 학생이니 점점 관심사나 흥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공통점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기에 만나면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만날 것을 알고는 있다. 만날 즈음엔 어색함과도 같은 느낌이 감돌지만 헤어질 즈음엔 헤어지기 아쉬울 만큼 열을 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서서히 친해졌지만 그래서 오래 만나고 있는 관계이듯 그렇게 오래 계속될 것을 알고 있다.

고혹적인 목소리

새벽, Beth Gibbons의 목소리에 잠이 깨었다. 한없이 절망적이고도 달콤한 목소리.

MD를 사용하기에, 특별히 아끼는 한 장의 MD 디스크엔 이런 날 들으면 좋을 앨범들이 들어 있다. Themselves 두 곡, Nina Nastasia 앨범 세 장, Beth Gibbons 독집, Portishead 두 장. 이렇게 담아둔 디스크는 여직 한 번도 바뀐적이 없다.

Nina Nastasia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한없이 달콤하면서 절망적인 목소리. 그래서 듣고 있으면 황홀하게 죽음으로 이를 수 있을 것만 같은 환각. 그렇게 잠이 들었다. 몸은 길 잃어 헤매고 멀리서 음악 소리만 들려왔다.

그런 새벽, Beth Gibbons의 매혹적인 목소리에 잠을 깨고 말았다. 너무도 달콤해서, 설탕을 입힌 독약 같았다. 자꾸만 먹게 되는 달콤함, 온 몸에 퍼진 독으로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중독.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다시 듣고 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빗소리에 함께 울음이 묻어나는 웃음을 듣는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누군가 죽여줄 것만 같은 매혹에 빠진다. 바란다.

나의 침울한

불안하고 설레고 우울하고 두근거리는 몸을 앓고 있다.

다시는 이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이런 몸을 기억하는 몸이 옛 몸을 불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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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