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머리를 자르지 않은 듯 자른 듯 자르지 않은 듯하게 머리를 잘랐다. 오랜 만에 머리카락을 자르러 갔다. 몇 년 간 한 군데를 다녔는데 너무 불친절했고 머리카락 모양에 일관성이 없었다. 지난 번처럼 잘라주세요, 했는데 지난 번과 다른 모양이다. 더군다나 같은 최근까지 내 머리카락을 잘라 준 미용사는 계속 내 머리카락을 ‘남자’스타일로 바꾸려고 했다. 같은 미용실의 이전 미용사(일이 있어 그만뒀다)는 딱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깔끔하게 잘라줬는데. 그래서 집 근처로 바꿨다. 그리고 만난 미용사는 어쩐지 부치 같은 느낌이지만 부치는 아닌 것 같은 그런 포스로 섬세하게 머리카락을 잘라줬다. 단발머리 느낌으로 잘라달라고 했지만 좀 과감하게 머리카락을 자른 것 빼면 괜찮았다. 그리고 어제 다시 그곳엘 갔는데, 에? 구성원이 달라서 가게는 두고 주인이 바뀌었나 싶었다. 나중에야 미용사만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새로운 미용사에게 단발머리 스타일로 커트를 해달라고 했다. “이미 단발머리인데요?”하더니, 여기 조금 깨작, 저기 조금 깨작 자르더니 다 되었단다. 엥? 앞머리 좀 치고 옆머리랑 뒷머리 조금 친 것 말고 뭘 하셨지? 이런저런 머리모양을 테스트하기에 좋을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그래봐야 결국 익숙한 루인 머리겠지만. 크. ;ㅅ;

그리고 나는 남자커트가 좋다. 더 싸다. 휴우.. 여자커트와 남자커트에 가격 차이가 있으니 앞으로도 더 남자커트를 할 거다. 머리카락 길이가 아니라 남바와 여자로 구분하다니 웃기지만 일단은 가격이 중요하다. 크.

휴식

기말 끝내고 조금 정신 없는, 아니 일부러 정신줄을 좀 놓고 지내고 있다. 내 방식으로 쉬는 것이기도 하고 며칠 이렇게 쉬기로 결심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정신줄을 놓고 헤벌레하고 지낸다. 몸 한 곳은 불안하다. 그래, 불안이 몸 한 곳에서 꿈틀거리면서 나를 압박하려 든다. 이렇게 쉬어도 괜찮은 걸까? 얼른 다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바로 이 불안을 그냥 품고 통과하기로 했다. 쉬기로 계획했는데, 그런데도 쉬는 시간이 불안하다면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것이란 느낌이다. 나는 왜 쉴 때도 불안할까. 할 일이 쌓여 있어서? 하지만 충분히 쉬지 않으면 나중엔 일 하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 일단은 그냥 쉬기로 했다. 그리고 E에게서 식물과좀비를 배웠다. PC 판 계정이 E에게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도록 이름을 하나 더 만들었다. 오늘도 나는 좀비와 놀러 가련다. 그냥 놀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근데 오늘 할 일이 좀 있는데?

바람, 더 보살 고양이. 보리, 더 개그냥.

보리와 바람의 관계는 참 재밌다.
며칠 전 밤을 새면서 글을 써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보리가 좀 많이 혼났다. 저녁에 간단하게 음식을 먹고 아침에 설거지하려고 물에 담궈만 뒀다. 그런데 내가 글을 쓰는 사이 보리가 싱크대로 폴짝, 양념이 남아 있는 냄비에서 물을 할짝할짝.
보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이~!!!!!!!!!
겁나게 혼나고 나서 보리는 기가 죽어있었지, 않았다. 보리, 더 개그냥 혹은 보리, 더 쿨냥은 혼나도 그방 또 우다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번 혼이 났다. 그런데 재밌는 건, 보리가 가까이 오면 그렇게 싫어하는 바람인데, 내가 보리를 많이 혼내자 보리 다독인다고 열심히 놀아주더라. 평소라면 놀아주지 않을 시간이디/ 일전에도 밤을 샜을 때 바람은 보리와 새벽에 놀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보리가 혼이 엄청 나자 챙겨주고 우다다 같이 놀아주고 그러더라.
아아, 바람은 보살이야. 바람, 더 보살. 바람이 비록 누굴 곁에 두는 성격이 아니라고 해도 보살은 보살이야.
그리고 여전히 싫어하고 피하고 그러지만, 놀 땐 둘이서 엄청 잘 논다. 보리가 바람을 쫓아가며 놀고 나면 그 다음엔 바람이 보리를 쫓아가며 노는 식이다. 다정한 바람,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도시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