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너무너무 피곤하고 몸에 힘이 안 들어와서 왜 그런가 고민하다가, 이게 독감 후유증인가 추정하고 있다. 글 한 줄 쓰는 에너지도 쥐어짜고 있다.
[카테고리:] 몸에 핀 달의 흔적
보리 근황
보리는 매일 약을 먹고 있는 데 이게 좀 어렵다. 초반에는 하루 두 알의 약을 아침 저녁으로 먹여야 했다. 그런데 토했다. 아침에는 먹어줬는데 저녁에 약을 먹이면 반드시 토했다. 그래서 일단 한 알이라도 토하지 않고 먹이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한 알만 먹이자 이것도 토했다. 토하는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췌장염이 심하게 있으니 췌장염 때문에 약을 토하는 것인지, 약이 독해서 토하는 것인지, 약이 안 맞아서 토하는 것인지. 그래서 몇 가지 장기 투여 가능한 약을 몇 개 테스트를 할 필요가 있었는데 테스트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약을 먹이려고 하면 거품을 물고 싫어했다. 약을 먹이려고 안으면, 이미 입에 침으로 만든 거품이 한 가득이었다. 그러니 일단 토하지 않고, 거부감을 줄이며 약을 먹이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의사는 약을 바꿨다. 하루 한 알은 토하지 않고 먹이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틀 연속 토했다. 바꾼 약에도 토하면 이건 좀 심각한 일인데, 이번 약으로 차도가 없으면 치료 방향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단 하루를 쉬고 다시 약을 먹이기 시작했는데… 심도 깊은 대화를 2분 간 나눴다. 보리를 꼭 껴안고, 눈을 마주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토하지 않기 시작했다. 약을 먹고 나면 심기가 많이 불편한데, 기분도 안 좋아 보이는데, 그래도 계속 대화를 나눴는데 그리고 거의 안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검사를 했을 때, 작년 가을부터 주기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차도가 있었다. 2주 전보다 나아졌다. 다행이다…
그리고 H가 홈캠을 사줬다. 명절처럼 집을 길게 비워야 할 때마다 걱정이 되었는데 그래서 H가 홈캠이 할인한다며 구매했고 집에 설치했다. 그리고 하루에 몇 번 홈캠을 확인하는데… 왜이리 다들 하루 종일 비슷한 자리에서 잠만 자는 것이냐… 뭔가 더 슬퍼졌다. 집에 있을 때면 나 주변에서 좀 돌아다니고 움직이고 그러는데 홈캠을 켤 때마다 잠만 자고 있다. 보리 뿐만 아니라 귀리, 퀴노아 모두 그렇다. 이건 좀 슬프네. 그래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하루 종일 어떻게 있는지 기록할 수 있으니(집 전체를 다 촬영할 수는 없어 아쉽지만) 다행이기는 하다.
7년 정도 전에 보리의 몸 상태에 맞춰 사료도 바꿨었는데 최근 다시 사료를 바꿨다. 셋 모두 사료에 엄청난 불호를 보인다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이번 사료도 잘 먹어주고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역대 가장 비싼 사료를 먹이게 된 것인데(이전 사료도 비싼 편이었다), 가장 큰 걱정은 일시 품절이나 수입이 중단되는 것이겠지. 이전 사료는 한국에 공장이 있음에도 코인마냥 가격 변동이 심했는데, 이번 사료는 국내에 공장도 없다. 제발 꾸준히 수입 잘 해주기를…
독감
지난주 금요일 즈음부터 온몸이 아파서 동네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근데 계속 나빠지더니 월요일에 더 아파서 더 독한 약으로 처방 받아 먹었는데… 화요일 아침 출근하는데 온 몸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 전에도 열이 있는 기분이 들었지만 병원에서 체온을 재면 36.1도라 그냥 기분이겠거니 했는데 화욜에는 좀 많이 아파서 사무실에 가방을 두고 바로 앞에 있는 병원에 갔다. 그리고 혹시나 하며 독감 검사를 했는데… 독감 당첨! 네??? 예방접종했다고 안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예방접종 3번 맞고 2번인가 걸린 경험처럼 독감예방접종을 맞았지만 걸렸다.
격리하라는 말(의사가 격리권고 서류를 써준다고 해서 냉큼 받았다)에 그 길로 가방을 챙겨서 집으로 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금요일부터 뭔가 느낌이 안 좋아서 마스크를 하고 다녔다. 약국에서 약사 왈, 독감이 이미 끝난 줄 알았는데…라고 하며 타미플루를 줬고 암튼 그대로 집에 들어와서 할일을 어떻게든 하면서도 끙끙 앓았다. 나는 어디 아프면 목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데(알러지가 터지면 식도가 붓고, 감기 등이 오면 목이 완전히 나간다) 이번에도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왔고 뭐 독감하면 예상할 수 있는 증상들이 있었다. 이 와중에 총회 준비를 해야했고 심사를 했고 뭐 이것저것을 했다. (투고 작업 중이던 논문을 나중으로 미뤘고 개인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그 와중에 딸기가 생각이 났는데 ㅋㅋㅋ 지난주에 동네 하나로마트에서 산 딸기가 특히 맛났다. 동네에 저렴한 과일 가게가 생겨서 자주 사먹는데(덕분에 새로운 알러지를 계속 확인 중이다) 그곳에서 파는 딸기보다 4배 비쌌다. 하나로마트가 좀 비싼 편이지만 딸기는 유난히 더 비싼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사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농협상품권이 몇 장 생겨서 가능했다. 그런데 풍미와 쫀득함이 엄청났고 내가 알던 딸기는 딸기가 아니었나 싶은 정도였는데, 아픈 와중에 그 딸기가 생각이 났다. ㅋㅋㅋ
암튼 타미플루 덕분인지 이제야 좀 살아나고 있는데 얼추 10년 정도 전에 독감(?)에 걸려 꽤나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병원도 안 가고 그냥 일주일 정도 집에서 혼자 앓아 누웠다가 깨어났었다. 병원에 안 갔으니 독감인지는 사실 모르고 나중에야 그때 내가 독감이었겠다라고 추정할 뿐이었다. 암튼 온 몸이 두들려 맞은 듯 걸음 하나 옮기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는 덜해서 뭐 다행이라면 다행. 병원에서 타미플루는 사흘 지나면 많이 완화될 거고 이후로 여파가 좀 있을건데 주사제를 맞으면 한방에 효과가 빠른데 9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금액을 듣고 타미플루를 선택했는데 주사 맞을 걸 그랬나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암튼 오랜 만에 독감에 걸려, 기록 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