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하루에 한 두 번 정도 겪는 의례인데…
갑자기 바람은 야옹, 야옹 격하게 울 때가 있다.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이런 식으로 울 때가 많지만 하루에도 몇 번내키면 언제든 이렇게 운다.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다가가면 바람은 후다닥 도망간다. 그래서 더 쫓아가길 그만두고 나는 다시 나의 일을 한다. 바람은 내가 다가갔을 때만 조용했다가 다시 우아앙, 야아옹하고 운다. 그럼 난 다시 바람에게 다가간다. 바람은 도망한다.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방으로 후다닥 도망간다. 나는 계속 쫓아다닌다. 누가 보면 괴롭히는 줄 알리라. 바람은 울면서 도망가고 나는 번거로워하면서 쫓아간다. 그리고 싫다는 듯 저항하는 바람을 억지로 붙잡아 품에 안고 꼭 껴안는다. 그럼 바람은 얌전해지고 조용하게 한 동안 내 품에 머문다.
이 얘길 했더니 지인이 막장 드라마 찍느냐고 말했다. 이성애 관계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싫다고, 헤어지자고,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욕을 하고 화를 내는데 남자는 억지로 붙잡고 그리하여 거칠게 껴안는 장면. 그 장면에서 여성은 “날 버리면 죽일 거야”라고 말하고…
아… 딱 이거구나… 바람과 나는 막장 드라마를 찍고 있었구나…
ㄴ
집에 있으면서 15년은 되었을 법한 겨울 잠바를 입곤 한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그땐 외풍이 워낙 심했고 보일러를 틀어도 따뜻한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항상 입는 건 아니고 그냥 가끔 입는 정도인데, 입지 않을 땐 매트리스 위에 던져 두곤 했다. 그럼 바람은 잠바 위에서 뒹굴뒹굴거리곤 했다. 난 그냥 그 모습이 귀여웠고 겨울이불과는 다른 질감에 그냥 노는 거구나 했다.
며칠 전, 보일러를 좀 많이 낮춰야 해서 그 겨울 잠바를 꺼내 입었다. 그러다 하반신은 이불 속에, 상반신은 잠바를 벗은 다음 잠바 위에 누웠는데… 바람이 갑자기 잠바 위로 훌쩍 뛰어 올라왔다. 그러곤 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랏?
다음날 낮, 책상에서 놀다가 책상 한 켠에 겨울 잠바를 펼치고 바람을 올려 놓았다. 평소 그 시간이라면 몇 분 있다가 이불 속으로 간다. 그런데 그날은 몇 시간을 잠바 위에서 뒹굴거리는 것이다! 오홋… 이 잠바의 감촉을 좋아하는구나!
앞으로 몇 년은 못 버리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