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융과 턱시도

01

이틀 전 저녁 다섯 시. 집 근처에서 우우우~하는 소리가 들렸다. 집 근처 고양이가 우나, 했다. 집에 있을 때면 저녁을 6시에 주는데, 기다리던 어느 고양이가 배가 고파 우는 것일까 싶어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여니 집 근처 모퉁이(융이 종종 앉아 있는 곳)에 융의 뒷모습이 보였다.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슬쩍 나가서 그곳을 보니, 어랏, 턱시도 고양이가 있었다. 전형적 턱시도 무늬의 고양이가 융과 대적하고 있었다. 턱시도 고양이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일 미터 정도 도망갔다.
마침 밥그릇이 비어 있어 밥을 주고, 다시 한 번 턱시도를 찾았다. 아까보다 조금 더 도망간 상태였지만 떠날 의사는 없어 보였다.
융과 턱시도는 텃세 싸움을 한 것일까, 영역 싸움을 한 것일까? 하지만 딱히 싸우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서로 경계하는 듯하다.
02
어제 아침. 밥그릇을 채우고 보일러실 문을 잠그고 있는데 융이 밥그릇으로 다가와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 융과 나 사이 거리는 10cm. 물론 밥그릇에 밥을 채울 때만 이 정도 거리지만 그대로 많이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 쓰다듬길 시도한 적은 없다. 내가 원하지도 않고. 물론 융이 앉아 있을 때 손을 뻗기는 하지만 실제 쓰다듬지는 않는다.
03
어제 밤. 외출했다가 늦게 들어오니 밥그릇이 비어있다. 당연한 일. 밥 그릇을 채우며 융이 오길 기대했다. 그러며 융이 앉아 있곤 하는 자리를 바라보니 언제 왔는지 턱시도 고양이가 와 있었다. 그곳에 앉아 내가 집으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턱시도와는 이제 두 번째 만남. 그럼 집 앞으로 밥을 먹으로 오는 고양이는 이제 너댓 정도인가?
그나저나 내겐 왜 자꾸 검은색과 흰색이 어울린 무늬의 고양이가 주로 꼬이는 것이냐.

브로콜리 너마저 공연 후기

브로콜리너마저 2011.12.30. 금. 20:00-22:30. @ 홍대 블루라이트 홀
세미나를 하는 팀과 올해 마지막 세미나는 송년회를 겸하자고 했다. 출장뷔페(?!?!?!)를 기대하는 자리였는데 어쩌다가 브로콜리너마저 공연에 가기로 했다. 정말 어쩌다가였고 갑작스레 결정되었고 같이 가기로 했다. 나를 제외한 구성원은 앨범을 이미 들었거나 팬이거나 그랬다. 난? 밴드 이름만 아는 상태였다. 나중에야 “졸업”이란 노래의 후렴구만 어디선가 들었다는 걸 알았고. ;;;
공연 정보를 확인하니 티켓은 80석이 전부였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열렬한 팬들이 눈독을 들일 텐데 내가 가도 괜찮을까,라는 무려 윤리적(!) 고민을 하였으나 포기하진 않았다. 크. 공연 사흘 정도 앞둔 시점에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음악은 괜찮았고, 반복해서 들을 수록 귀에 감기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설마 될까 했던 공연 예매에 성공했다. 거짓말… ;;; 남은 이틀 바짝 예습했다.
낮에 쿡앤북에서 세미나를 하고(어쨌거나 하긴 했음) 저녁에 공연장으로 갔다. 7시부터 입장이고 선착순 입장이라 사람들이 6시 즈음부터 줄을 설 터. 그럼에도 늦게 출발했고, 많이 늦을 줄 알았다. 6시 40분 즈음에 도착했는데 다행인지 줄을 서 있는 사람이 많진 않았다. 입장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일행과 얘기를 나누며 기다리니 8시 정각 즈음 시작했다.
공연은 1부 – 관객과의 대화 – 2부 -앵콜로 진행했다. 1부에선 2집 [졸업]에 실린 곡을 앨범에 실린 순서대로 전곡 연주했다. 아울러 중간중간에 곡을 작곡하게 된 배경을 얘기했다. 곡만 연달아 듣는 공연도 재밌지만, 밴드가 직접 곡에 얽힌 사연이나 고민을 들려주면서 연주하는 컨셉트도 꽤나 괜찮다. 기대했던 곡 “울지마”와 “환절기”를 들을 수 있어 특히 만족스러웠다. 2집에 실린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라이브로 들을 수 있길 기대했으니까. 아울러 멤버들이 공연과 연주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확연하여 관객으로서 더 만족스러웠달까. 관객과의 대화는 썰렁하고 느슨하지만 즐거웠고, 2부에선 1집에 실린 곡을 몇 곡 연주하였으며, 앵콜에선 3집에 실릴 곡 “막차”를 연주하였다.
공연이 끝나고 든 느낌.
ㄱ. 역시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제맛이야!
ㄴ. 브로콜리 너마저 앨범을 사야겠다.
ㄷ. 내년에도 기회가 닿으면 공연에 가야겠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얼추 빠져나간 다음, 멤버들이 팬 혹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도 얼떨결에 함께했다. 그리고 싸인도 받았다는. 흐흐. 덕원(베이스, 보컬), 향기(기타), 류지(드럼, 보컬) 님의 싸인을 받았고, 잔디(키보드) 님의 싸인은 못 받았구나.. 일행 중 한 명은 향기 님에게 푹 빠졌으나…(이하 생략) 크크.
내년 여름에 있을 공연과 내년 언젠가 나올 3집을 기대하면서…
+
마냥 만족스럽진 않았는데, 사운드에 문제가 좀 많았다. 우선 악기들의 음향이 종종 불안했다. 네 개의 악기 소리가 고르게 들려야 할텐데 가끔 각 악기의 사운드가 다르게 들릴 때가 있었달까. 각 멤버가 사용하는 마이크의 소리 역시 다소 불안했다. 그래서 사운드 엔지니어가 없는 줄 알았는데, 무려 뒤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는… 덜덜덜.

[고양이] 바람의 일상, 융, 집 근처 고양이 그리고 겨울

01
날이 많이 추워 종이 박스에 옷가지를 넣고, 출입구를 만들어 집 근처 내놓았다. 바람이라도 피하라고. 하지만 외면 당한 느낌이다. 끄응… 사용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더 좋은 보금자리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거겠지? ㅠㅠ
02
어제 저녁. 평소에 비추어 많이 늦은 것은 아닌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융 등이 먹을 사료를 그릇에 담고 있었다. 고양이 울음이 들렸다.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융이, 야아옹, 울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날이 많이 추워 걱정했다. 이 추운 겨울 동사라도 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여름의 무더위가 힘든 만큼이나 겨울의 추위 역시 위험하니까. 추위가 한창일 때 융을 만나 안도했다. 다시 만날 수 없다고 해서 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융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옆집 담장엔 또 다른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노랑둥이는 아니고, 예전에 우연히 한 번 마주친 아이가 아닐까 싶었다. 담장에 도도하게 앉아선, 그윽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후후. 그래 알아, ‘얼른 밥그릇 채우거라’란 뜻이란 걸.. -_-;;
암튼 추위를 잘 견디고 있어 다행이다.
03
아침에 밥을 주러 나가면, 전기포트에 담긴 뜨거운 물로 물그릇의 얼음을 비운다 -> 물그릇의 1/3 정도를 뜨거운 물로 채운다 -> 전기포트를 집안으로 들여놓고 생수를 챙긴다 -> 미지근한 물로 물그릇을 채운다 -> 생수를 집안으로 들여놓는다 -> 다시 나가 밥그릇을 채운다 -> 집으로 들어간다, 대충 이런 과정을 거친다.
오늘 아침도 밥을 주려고 나갔을 때 융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그땐 물그릇을 채우고 있었기에 얼른 밥그릇을 채워야겠다 싶어 마음이 급했다. 서둘러 물그릇을 채운 다음 집으로 들어왔다가 나가려는데, 융이 어그적어그적 걸어선 물그릇으로 다가가더라. 그리곤 물을 마시기 시작. 난 집안에 멈춰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융은 한참 동안 물을 마신 다음, 한숨 돌리고선 집안에 서 있는 나를 한 번 바라봤다. 그러곤 다시 자세를 바꾸곤 또 열심히 물을 마셨다. 그렇게 물을 다 마시고 나서 나를 돌아보더니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밥그릇 채우란 뜻이다).
아..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이 아이들도 안다. 아침 일찍 오지 않으면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을. 한창 추울 땐, 아침에 물그릇을 채우고 한 시간 뒤 외출하려고 나가면 물그릇엔 얼음이 떠있다. 그러니 밥을 먹기 전에 물부터 마시는 것이 아닐는지.
그나마 오늘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04

지난 25일 오후,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다가 몸이 뻐근하여 비틀다가 뒤를 돌아봤더니..

바람이 다음처럼 자고 있었다.

집엔 침대 매트리스는 있지만 받침대는 없다. 매트리스엔 시트를 깔았는데 바람은 시트 아래서 잠드는 걸 좋아한다. 아마도 그곳이 이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 아닐까 하는데… 하지만 평소라면 시트에 꼭꼭 숨어서 자는데, 그날은 저렇게 발라당 누워선 얼굴만 시트에 숨기고 있더라.
요렇게.
또 이렇게.
오후에만 저렇게 자는 줄 알았는데, 그날 저녁에도 저렇게 발라당 누워선 다리만 드러내고 자고 있더라. 마치 어린 아이가 이불 밖으로 발을 내놓고 자는 것처럼. 흐흐.
+
눈 내린 날 오후, 추가로 찍은 사진. 고양이가 지나간 흔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