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번역, 집 계약 고민, 가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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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겸사겸사 재택(?) 알바를 했다. 청탁은 10월에 받았는데 어찌어찌 하여 이제야 마무리 했다.
특별한 일은 아니고 번역알바. 내가 번역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영어에 압도되어 문장이 많이 꼬인다), 비공개 내부자료집에 실린다고 하여 수락했다…는 거짓말. 돈을 벌어야 해서 수락했다. 크. ;;
결과는 불만족. 고친다고 고쳤지만 비문이 많다. 원문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말끔하게 수정하기가 어려웠달까…는 핑계고 그냥 나의 한국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 것 같겠지만 아니다. 이미 원문은 저 멀리 어딘가로 사라졌고 나의 말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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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한 글의 주제는 장애와 섹스. 장애인의 섹스 가이드북의 일부를 번역했다. 장애인의 섹스와 관련한 편견을 지적한 장과 욕망과 자존감을 다룬 장을 옮겼는데, 음… 이론서는 아니라 논리적으로 너무 간결하지만 관련 이슈를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좋을 법했다.
요청한 곳에서 허락한다면 나중에 이곳에 공개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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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부동산에 들렸다. 이사를 위해서는 아니고 재개발 시점을 확인하려고. 대충 아무 부동산에 들어가서 물었더니 3년 정도 지나서 재개발을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부동산에도 물어봐서 교차 검증해야 확신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안심했달까. 하긴, 재개발이란 것이 금방 할 것 같다가도 10년 넘게 안 하는 경우도 있고, 10년 뒤에 할 거라고 했다가 몇 년 내 하는 경우도 있으니, 3년도 확실한 시간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 사는 집에서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고, 융과 노랑둥이에게 앞으로 몇 년은 사료를 줄 수 있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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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재계약 기간이 금방이라 주인집에 문의를 했는데.. 확답은 안 주고(부정적으로 답하지도 않았다) 당혹스런 조건을 내걸었다.
재계약 도장을 찍으면 그때부터 같이 교회에 가야 한다고.. 덜덜덜.
너무 당혹스러워 일단 그냥 웃고만 말았는데, 주인과 헤어진 후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한참 고민했다. “한국의 이상한 개신교는 저 같은 변태를 싫어해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크크. 그래서 없는 애인을 지어내기로 했다. 이것이 나의 조잡한 아이디어. ㅠㅠ
혹시 관련해서 좋은 경험 있으면 공유 부탁합니다.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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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를 하나 살까 고민이다. 집이 너무 건조하여 조금 괴롭달까. 나무젓가락과 천으로 간이 가습기를 만들었지만 별 효과가 없다. 그릇에 담은 물이 줄어들고 있긴 한데 건조함이 없어지는 것 같지 않달까.
지금까지 가습기 없이 잘 살았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자다 말고 코가 너무 건조해서 새벽에 깨어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겨울 이불을 꺼냈더니 바람과 미칠 듯한 불꽃을 일으킨다. 형광등을 끄고 바람을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정전기 불꽃이 타다닥 튀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달까. 집안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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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음 주엔 바람을 데리고 건강검진을 갈까 보다. 6개월 정도 지났으니 갈 때가 되었다.
그나저나 바람은 그 사이에 얼마나 울어댈까… 끄응..

[고양이] 애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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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래오래 함께 살자.
…라는 말은 얼마나 허망한가. 내일이란 시간은 없더라. 오늘이란 시간도 없더라. 그냥 지금 이 순간 뿐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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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블로그 댓글을 확인하고, 몇 가지를 확인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정신이 들자 향을 피웠다. 작은 그릇에 아미캣을 담고 그 위에 향을 피웠다. 하나는 눈물점에게, 다른 하나는 반야에게. 저녁에 다시 향을 하나 피웠다. 오늘 아침에도 하나 피웠다. 내일도 피우겠지. 사흘장은 치뤄야지. 사흘 동안은 안전을 빌어야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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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는 총 여덟 아이를 낳았다. 임신한 상태로 내게 왔고 난생 처음 고양이와 살기 시작한 난 얼추 한 달 만에 고양이의 출산을 겪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 중 하나가 바람이고, 나머지는 다 새로운 집사를 만나 떠났다. 가장 먼저 떠난 참(D집사)부터 말리, 카카, 그리고 부산으로 떠난 두 아이, 어느 시골로 떠난 두 아이.
시골로 떠난 두 아이는 늦은 밤에 떠났다. 리카를 임보했던 분이 소개해준 곳이라 그 분이 직접 데려갔다. 며칠 더 데리고 있을까 했지만 정들면 헤어지기 힘들기에 늦은 밤 떠나보냈다. 그날 두 아이는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작은 박스에 담아 보내려고 했는데 그것이 힘들어 억지로 보냈다. 충격이 컸으리라. 많이 무서웠으리라.
그때 떠나 보낸 아이가 눈물점과 반야였다. 눈물점은 그냥 임시로 붙인 이름이다. 오른쪽 눈에 눈물점 같은 무늬가 있어 그런 이름을 붙였다. 정들기 싫어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분은 해야 해서 붙인 이름이다. 반야는 함께 살 것 같아 붙인 이름이다. 난 반야가 나와 함께 살 줄 알았다. 그래서 등반냥에서 반야로 이름을 바꿨다. 반야도 자신이 나와 살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연이 생겨 반야가 떠나고 바람이 남았다.
떠나간 아이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억지로 알고 싶지 않았다. 아니 가급적 모르고 싶었다. 이젠 인연이 끝났으니까..라는 심정이 아니었다. 그냥 몸이 복잡했다. 소식이 궁금했고 또 궁금하지 않았다. 소식을 접하면 여러 가지로 괴로웠다. 못 살고 있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그냥 소식을 듣는 것 자체가 묘하게 심란하고 조금 괴로웠다. 그래서 소식을 억지로 묻지 않았다. 말리는 같이 세미나 하는 사람의 집으로 갔다. 그 사람을 만날 때도 말리 소식을 묻지 않았다. 그냥 사진을 보여주면 구경할 뿐이었다. 물론 떠나간 아이 중 유일하게 다시 만난 아이가 말리긴 하다. 카카는 블로그를 통해 가끔 눈팅만 하고 있다. 그냥 이렇게 지내고 있구나 하는 확인일까? 참은.. 어쩌다 보니 가장 자주 확인하는 편이다. D집사완 예전부터 블로그 이웃이라 그냥 자주 확인하는 편이다. 반야와 눈물점은 해피와 평화란 이름으로 시골로 갔다. 그 집에서 블로그를 운영하여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끔만 갔다. 가끔 가면 드물게 소식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 블로그는 이상하게도 찾지 않게 되었다. 그냥 꺼려졌다. 그래서 블로그 주소도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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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댓글을 확인하고 다시 반야와 눈물점의 블로그를 찾았다. 고양이 관련 글만 하나하나 확인하는데 손이 살짝 떨렸다.
지난 9월 25일 눈물점이 갑작스레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더 많은 정보가 궁금했는데 나와 있지 않았다. 그냥 갑작스레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소식 뿐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말이 정확하게 어떤 의민지 잘 모르겠다. 내게 와닿지 않는다. 그냥 겉돌 뿐이다.
궁금했다. 눈물점 혹은 평화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눈물점도 리카와 같은 병을 앓은 것일까? 그렇다면 유전인 걸까? 아님 다른 병에 걸렸거나 사고가 난 것일까? 이런 저런 심란한 질문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그리고 반야. 반야 소식이 없었다. 반야와 눈물점 혹은 해피와 평화, 둘의 사진이라는 포스트 이후 몇 달 동안 아무 글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점 혹은 평화만 있는 포스트가 등장했다. 마치 처음부터 눈물점만 있었던 것처럼.
시골이라 고양이는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럼 반야는 어디에 간 것일까? 반야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몇 달 전, 정확한 날짜를 추정할 수 없는 시기에, 반야가 유난히 보고 싶었다. 그냥 반야가 자꾸 떠오른 시기가 있다. 뒤늦은 추론이 다 무슨 소용이랴. 하지만 반야가 사라진 것과 내가 반야를 떠올린 시기가 겹친 걸까? 잘 모르겠다. 다 사후해석이다. 지금 반야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고양이별로 간 것인지, 시골 어딘가에서 자유롭게 잘 살고 있는 건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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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시마 에브리데이]에서 작가 토노와 함께 산 고양이 계보를 보면 재밌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가출한 고양이와 갑자기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가 꽤나 많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가출은 흔한 일일까? 별스럽지 않은 일인 걸까? 예전엔 연대기를 보며 그냥 그랬다. 어제 다시 확인하다가 갑자기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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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바라보고, 마구마구 괴롭히고, 또 부비부비하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망설였고 끝내 못 했다. 바람에게 “우리 오래오래 함께 살자”란 말을 할 엄두가 안 났다. 자신이 없었다. 15년 정도는 당연히 함께 할 줄 알았던 인연이 허망하게 혹은 나의 부주의로 끝나는 것을 겪으며 더 간절하게 매달릴 줄 알았다. 그 간절함이 무섭다. 무엇을 기약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그 중 실현할 수 있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고 약속할 수 있고 바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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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다리를 건넌 눈물점이 리카를 만났길 바라. 나로 인해 헤어진 엄마를 그곳에선 만났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부디.
행방을 알 수 없는 반야는 무사하기를. 많이 무서웠겠다… 혼자 어딘가에 떨어져 나왔다면 많이 무서웠겠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말 밖에 달리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부디 무사하게 살고 있기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면 쓸쓸하지 않은 순간이었기를 바라. 하지만 부디 살아있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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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와 눈물점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여기서 리카와 세 아이가 함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바람과 길고양이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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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한 달 내내 꽤나 바빠서 주말에도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 12월 들어 여유가 좀 생겼다. 사흘 연속 밖에 안 나가고 종일 집에서 뒹굴기도 했다. 그 사흘, 바람은 참 편해 보였다. 아니다. 바람은 그 시간이 당연하단 듯 즐겼다. 그리고 오늘 내가 외출하려고 하자, 우앙, 으앙, 울었다. 나가지 말라고 서럽게 울었다.
고양이는 혼자 잘 지낸다는 말, 거짓말 같다. 강아지와 살아 본 적 없어 비교할 순 없다. 강아지와 비교해서 잘 지내는 걸 순 있으리라. 적어도 바람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고양이도 누군가와 함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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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스크래처를 샀다. 리카가 내게 오기 전 타워형 작은 스크래처를 샀지만 외면당했다. 그리고 문지방(?)이 스크래처 역할을 했다.
고양이 게시판을 구경하다 다용도 스크래처가 보여 하나 구입했다. 이것 http://goo.gl/5KBmE 개묘차가 크니 바람이 얼마나 잘 사용할지 걱정했다. 처음 들였을 땐 외면했다. 그래서 고양이풀 가루를 뿌려줬더니 그 다음부터 자주 사용한다. 심심찮게 스크래처에 앉아 있고 박박, 긁으며 뜯기도 하고. 이불 위에서 뒹굴다 스크래처 위에서 뒹굴다.. 흐흐.
아, 뿌듯하여라. 스크래처로도 쓰지만 그냥 앉아 있는 자리로도 사용하니 일석이조. 만족.
하나만 산 건 아니다. 사는 김에 하나 더 샀다. 이것 http://goo.gl/vkQrX
문지방을 보호할 겸 해서 샀다. 그리고 못을 박아 설치했는데… 무참하게 외면! 설치한 곳을 피해서 발톱을 긁고 있다. 끄응… 사용후기 보면 몇 달 뒤부터 열심히 사용한다는 얘기가 있으니 좀 지켜봐야겠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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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동생을 들이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가 외출할 때면 가지 말라고 서럽게 우는 게 참 안쓰럽다. 나갔다 돌아오면 화가 났는지 잠시 동안 날 외면하는 것도 보기 좀 그렇고. 아울러 내년부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어서 걱정이기도 하다.
원래 계획은 바람이 7살 정도 되어 여유도 좀 생기고(과연 생길까?), 관록도 생기면(과연?) 동생을 들일 계획이었다. 근데 좀 빨라질 수도 있겠다. 들인다면 2~3개월 정도 된 아이로 들일 계획이다. 다 자란 길냥이를 들일 수도 있겠지만, 바람의 성격 상 그건 좀 위험할 것 같다. 바람이 경계를 많이 하는 성격이라 비슷한 덩치가 들어오면 트러블이 상당할 듯하다. 어린 아이가 들어와야 그나마 잘 어울릴 것 같달까.
암튼 빠르면 내년 즈음 새로 한 아이를 들일 지도 모르겠다. 물론 모든 것은 다 계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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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고등어무늬의 길고양이를 만났다. 한 달 이상 못 만났는데, 어제와 오늘, 이틀 연속 만났다. 아울러 나를 기억해주는 듯하여 기뻤다는.
사진: http://goo.gl/gceYy (사진을 누르면 커집니다.
어제 오랜 만에 만나니, 첨엔 그냥 서로 바라만 봤는데 내가 가방을 열자 그때부터 미친 듯이 울었다. 밥 달라고. -_-;; 반갑다고 울 고양이가 어딨으랴. 킁. 근데 전에 없이 더 울었다. 우어엉 우는 건 기본이고 앞발을 들고 앉는가 하면, 앞발로 내 몸을 짚고 가방을 들여다 볼 기세였다. 배가 많이 고팠던 걸까? 첨엔 간식사료를 하나 줬다. 그랬더니 허겁지겁 먹었다. 평소 챙겨주는 사람이 여럿이라 잘 먹고 지내겠거니 했기에 그대로 헤어지려 했다. 그랬더니 우아앙, 울면서 날 따라왔다. 끄응. 그래서 간식 하나 더 꺼내 줬고, 결국 건사료를 한 봉지 내줬다. 그렇게 충분히 먹고서야 어딘가로 가버렸다.
오늘도 비슷했다. 간식을 먼저 주니 서둘러 먹었다. 그것으로 헤어지려니 우아앙, 울면서 날 따라왔다. 이 놈의 인기란…이라고 착각하고 싶지만, 밥을 달라는 것 뿐. ㅡ_ㅡ;; 결국 건사료를 더 주고 헤어졌다. 아니, 오는 길, 가는 길 두 번을 만났고 두 번 모두 털렸달까.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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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뱃살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한동안 바람에겐 뱃살이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바람의 뱃살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뱃살이 매력포인트! 아웅, 몰캉몰캉, 말랑말랑, 토실토실.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