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그리움 혹은

내가 살기 위해 적지 않으면 안 되는 말.

지금도 리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고통스럽다. 부재를 깨달으면 몸 한 곳이 욱씬거린다.
그래서 리카에게 미안하다. 더 잘 해줬어야 하는데, 더 많이 사랑했어야 하는데, 서툰 집사라서 미안하다.
그래서 바람에게 미안하다. 지금은 없는 존재를 그리워하여 함께 있는 존재를 쓸쓸하게 만들 것 같아.
처음부터 능숙한 집사는 없다는 사실을 바람과 함께 살면서 깨닫고 있다. 아니, 능숙한 집사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저 서로에게 적응하고, 적당히 퉁칠 수 있을 뿐이란 것을… 그저 낯선 상황에 조금 덜 놀라는 것 정도로 적응하는 시간이 있을 뿐이란 것을… 이별을 경험하고서야 뒤늦게 집사란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리카에게 미안하다. 내가 리카에게 조금 더 익숙해질 시간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원망이 아니라 내 어리석음을 닮은 아쉬움이 미안한 감정으로 내 몸 한 곳에 고여 있다.
잘 지내니?

2011.11.30. 모과이Mogwai 공연 후기

01. 공연 전

3시, 알바가 끝난 후 바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가방과 몸은 가벼웠다. Muse 콘서트에서 산 Muse 가방을 챙겼는데, 꼭 필요한 것만 담았다. 옷도 가볍게 입었다. 공연장 열기를 예상할 때 따뜻하게 입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알바가 끝나는 날이기도 해서 신나게 놀아도 부담이 없는 상황이었다. 6시 입장이라 너무 이른 것 같지만, 중간에 저녁을 일찍 먹어야 했으니 그렇게 이른 것도 아니었다. 다만 공연장 근처에서 식당을 찾느라 헤맸다.
그 와중에 길고양이를 만났다. 총총 걸어선 어느 가게 앞에 멈췄는데, 가게 앞엔 비에 젖은 사료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냥이는 비에 젖은 사료를 두어 개 먹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나는 고양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따라갔다. 가방을 가볍게 했지만 혹시나 해서 캔사료를 하나 챙겼기 때문이다. 아니다. 괜한 접근에 고양이가 놀랄까 하여 지나치려고 했다. 배가 신경 쓰였다. 아무래도 임신한 것 같았다. 조심스레 따라갔다. 고양이가 비를 피할 수 있고 밥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을 때 캔사료를 줬다. 가방에서 캔사료를 꺼내서, 손가락으로 캔을 톡톡, 두드렸다. 고양이는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듯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공연장으로 갔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다. 선착순 입장이라 일찍 온 사람이 많으리라. 가급적 무대 가까이에 서고 싶었기에 조금 서둘렀지만 내가 빠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도착하니 썰렁했다. 4시 20분 즈음,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은 나 뿐이었다. ;;; 기획사에선 이제야 공연장 외부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티켓팅은 5시부터였다. 예매도 현장구매도 모두 5시부터였다. 날이 많이 쌀쌀했다. 끄응.. 발 동동거리며 기다렸다. 딱히 줄을 선 것은 아니지만 줄을 선 것이 되어 1등으로 티켓팅을 했다.
티켓을 수령한 후 바로 줄을 섰다. 어쩌다 보니 첫 번째로 입장을 하게 되었다. 누가 보면 내가 모과이 덕후 같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흐흐. 날씨가 많이 춥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추운 것도 아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렸다. 6시, 입장하여 공연장에 들어가니, 텅 비어 있었다. 이런 풍경이 처음이라 재밌었다. 암튼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또 한 시간을 기다렸다.
7시부터 비둘기우유 오프닝 공연이 있었다. 오프닝 공연 소식을 공연 전날 확인했다. 공지는 오래 전에 나왔겠지만 확인을 안 했다. 더 일찍 알았다면 예습이라도 하는 건데… 오프닝 공연은 괜찮았다. 이를테면 비둘기우유의 발견 정도? 앨범을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모두 품절이다. 끄응.
02 공연
공연장에 도착해서 멤버의 모습을 보기까지 얼추 네 시간은 기다린 듯하다. 공연은 8시부터였다. 하지만 15분 지나서 시작할지 30분 지나서 시작할지가 관건이었다. 얼추 15분 정도 지나 나타났다.
멤버를 기다리다 깨달았다. 난 모과이 멤버가 총 몇 명인지도 몰랐다는 사실! 뚜둥… 음악만 들었지 멤버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멤버 구성원을 다 아는 경우는 두어 그룹이 될까? 흐흐. ;;
다섯 명의 멤버가 나왔다. 행색은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대충 차려 입고 슈퍼마켓에 뭔가를 사러 가는 포스? 크. 하지만 음악은 끝내줬다. 속이 다 후련해질 사운드를 들려줬다. 스피커 예열이 잘 되었는지 소리가 무척 좋았다. 공지에 따르면 모과이 공연은 소리가 너무 커서 청력이 약한 사람을 위해 귀마개를 판다고 했다. 즐기기에 딱 좋은 소리였다. White Noise를 필두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연이어 나왔다.
멤버의 경우,
Stuart Braithwaite는 리더기타를 담당했는데 무척 친절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땡큐”란 말을 했다. 그것도 다소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곡을 연주할 땐 격정적이었다.
Dominic Aitchison는 좀 재밌는 캐릭터였다. 가장 덩치가 크고 무대 가운데에 자리했는데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베이스를 연주하는데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줄 한 줄 뜯었다. 물론 연주는 끝내줬다.
Martin Bulloch는 드러머인데… 범생이 느낌도 났달까. ;;; 하지만 심심찮게 눈을 감고 드럼을 연주했고 완전 심취한 듯한 포스가 멋졌다.
John Cummings는… 내가 선 자리에선 시선이 잘 안 가는 곳에 자리했다. 다른 멤버들이 다소 모여 있는 모양새라면 John Cummings는 (관객 입장에서) 왼쪽 끝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미친 듯이 연주했다. 가끔은 약에 취한 상태로 연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Barry Burns는 정말 이것저것 다 연주했다. 기타, 베이스, 키보드, 신서사이즈, 보컬 등. 오오.. 능력자. 흐.
(여담인데, 멤버들은 물 대신 와인잔에 담은 무언가를 마셨는데 그게 소주란 소문이.. 크크. 실제 스태프가 물을 준비하면서 소주병도 한두 개 같이 무대에 준비하는 걸 목격했다. ;; )
(갑자기 곡 제목이 안 떠오르는데) 기타로 연주한 줄 알았던 멜로디가 베이스로 연주한 것이라 놀랐고 좋았다. 아, 좋아.
기타 세 대의 협연인 Rano Pano는 정말 멋졌다. I’m Jim Morrison, I’m Dead는 감상용이라고 느꼈는데, 공연장에서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곡이었다. Mogwai Fear Satan은 명불허전!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는데, 아, 이 감동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전체 셋 리스트: http://goo.gl/Qk6hI
다시 만나자고 했으니 그 말을 믿으련다. 그때 또 가련다. 그때도 무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기를! 아직도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이 기분이라니! 흐흐.
03 공연 끝나고
바로 뜨기가 아쉬워서 무대 앞에 서성거렸다. 그리고 셋리스트 종이는 못 받았지만 기타 피크는 하나 획득했다! 우후훗.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른쪽이 피크, 왼쪽은 티켓을 겸한 입장용 팔찌. 별도의 티켓이 있을 줄 알았는데 팔찌가 유일했다.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고양이] 오늘 하루

아침, 융에게 밥을 주러 나가니 빈 밥그릇에 융이 앉아 있었다. 융은 자리를 피할까 말까 살짝 고민하다가 자리를 피했다. 난 일단 물그릇을 채우고 나서 밥을 주려고 했다. 그 와중에 융은 계단에서 우왕좌왕하다가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계단 아래서 발라당…

> 융 님께서 발라당을 시전하셨습니다.
오늘따라 사진기를 가지고 나가고 싶었지만 참았는데, 가지고 갈 걸 그랬다. 이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융의 발라당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융의 발라당을 보는 날이 오다니…
사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다.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질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전날부터 계속 긴장한 상태였다. 이 와중에 융의 발라당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알바는 빠졌지만 알바 관련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처리하고 중요한 일을 하러 갔다. 긴장감이 넘치는 자리였다. 그래서였는지 같이 모여 있는 사람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나중엔 웃음소리가 넘쳤다. 물론 그 웃음엔 울음이 섞여 있지만. 중요한 일은 그럭저럭 끝났다. 이 일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밝힐 일이 있을 테니 더는 생략하고…
저녁, 집에 돌아오니 융이 사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사료 그릇이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융이 마지막으로 먹은 건지 모르겠지만 융은 밥을 달라고 울었다. 발라당을 시전하진 않았다. 그저 앙, 앙, 앙, 하고 울었다. 내가 무척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피하진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엽다.
집으로 들어와 바람을 꼭 껴안으면서 언젠가 융을 집으로 들여야 하는 날이 올까,라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금방 이 고민을 지웠다. 쉽지 않은 일이니까. 내가 감히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냥 지금과 같은 관계가 좋다.
아무려나 좋은 박스와 털옷을 준비해서 집 근처에 내놓을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