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고양이 바람에겐 채식사료 아미캣을 주고 있습니다. 처방식을 한 달 먹어야 했던 때를 제외하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채식사료만 먹고 있죠. 어릴 땐 베지펫을, 지금은 아미캣을 주고 있습니다. 바람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채식을 하고 있달까요. 뭐, 어쩌겠어요. 채식하는 집사의 집에 태어난 제 운명을 탓해야죠. 😛
채식사료를 먹어서인지 아미캣이 좋아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 어디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헤어볼 토한 적 없고, 털엔 윤기가 자르르 흘러 김에 들기름 바른 것 같아요. 물론 밥을 너무 급하게 혹은 많이 먹어서 인지 가끔 사료를 다 토하는 일은 있습니다. 몇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건강하다고 하니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어야죠. (제 집 옆에 사는 융도 며칠 전 사료를 고스란히 토한 적 있습니다. 아미캣의 특징일까요, 고양이는 원래 가끔씩 토하는 걸까요?)
아울러 아미캣을 먹으면 날씬 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미캣이 채식사료고, 채식을 하면 살이 안 찐다는 오해가 있지요. 그래서 채식사료를 먹으면 날씬하지 않을까 하는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다 오햅니다. 바람의 뱃살 만지며 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볼살도 있어 볼살 당기며 노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크크. ;;; 물론 바람이 살 찐 건 베지펫을 먹을 당시였으니 베지펫의 영향인지 아미캣의 영향인지는 불분명합니다. 베지펫만 먹던 시절(그땐 아미캣이 국내에 없었으니까요)부터 뱃살이 있었거든요. 바람이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중성화수술을 한 의사가 뱃살을 좀 빼야겠다고 말할 정도였고요. 그래도 엄청 뚱뚱한 건 아니고 보기 좋게 통통한 거니(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크.) 괜찮습니다. 뭐, 제게만 예쁜 건지도 모르죠. 바람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상당히 크다고 얘기하는데, 제겐 아직도 작은 아기거든요. 흐흐.
집에 있는 사료가 아미캣 뿐이라, 길고양이에게 준 사료도 늘 아미캣입니다. 뭐, 모래를 주문할 때 서비스로 캔을 주면, 그 캔을 주기도 했지만 제 돈 주고 산 적은 없습니다(아, 2009년 다른 동네 살 때 산 적이 있네요;; ). 여름처럼 음식 상하기 쉬운 계절엔 사료보다는 캔이 휴대하기 더 좋으니, 캔이 더 편하긴 하죠. 요즘처럼 날이 쌀쌀할 땐, 사료를 가방에 넣고 3~4일 정도 가지고 다녀도 걱정이 없지만 무더운 여름이라면 아무래도 이틀 지난 건사료를 주는 것도 신경 쓰이거든요. 암튼 길고양이, 동네고양이에게도 아미캣을 주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단 아미캣이 현재 품절 상태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세관에서 성분 검사를 받고 있어 11월 중순에나 구매할 수 있다고 하네요. 현재 남아 있는 아미캣은 바람에게만 줘도 살짝 애매한 양입니다. 부족하진 않겠지만 11월 중순에 구매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선 약간의 여유분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아미캣을 길고양이에게 계속 주기 어렵습니다.
다른 한편, 아미캣의 가격이 결코 싼 편이 아닙니다. 2kg에 25,000-26,000원 선이니까요. 이것도 환율에 따라 달러 가격이 오르면 최대 30,000만 원까지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내 아이에겐 이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사실 가격을 좀 낮췄으면 좋겠어요ㅠㅠ). 하지만 길고양이에겐… 이기적 판단이지만 조금 부담스러워요. 오늘은 제가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내일도 그럴까요? 장기적으로 제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준에서 밥셔틀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미캣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제 평균 소득 상 부담스럽다는 얘기지요). 심정적으로는, 뭐랄까, 내 아이는 채식을 시키겠지만 다른 아이에게 채식을 강요할 순 없다..가 아니라 내 아이는 채식을 시키겠지만 다른 아이가 육식을 하는 건 신경 쓰지 않겠다 정도? 내 아이는 꼭 채식을 해야 하지만 다른 아이는 뭘 먹건 신경 쓰지 않겠다 정도? 이기적 부모의 전형이네요. 하하. ;; 하지만 전 원래 이기적 인간이라 이런 판단이 매우 자연스러워요. 후후.
(이런 고민을 하다보니 곁다리로 떠오른 상상. 제가 아이를 양육할 일 없겠지만 행여나 입양해서 양육한다면 전 아이에게 채식을 강요할 인간이네요. 크크. ;;; )
이런 이유로 싸고 질 좋고 용량 많은 사료를 찾았습니다. 얼추 2주 정도 검색했습니다. 아니, 하나를 결정한 후 그것이 정말 괜찮은지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아울러 간식도 확인했습니다… 응? ;;; 그래서 시간이 좀 많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이것저것 확인하다보니 아미캣이 참 고마웠습니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는(수입해서 판매하는) 채식사료는 두 종류 뿐이고 바람이 먹는 건 아미캣 뿐이니 고민할 일이 없거든요. 유일한 고민이라면 미리 얼마나 사두느냐 정도? 간식 고민을 한 적도 없습니다. 마땅한 간식이 없으니까요.
이런 와중에 멋진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웃 D의 소개를 통해 R님이 사료를 나눠준다는 얘기였습니다. 너무 좋았지만 덥석 받아도 괜찮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습니다. 댓글을 남겨도 될까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댓글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댓글을 남긴 그날 바로 우편으로 보내주셨고, 오늘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박스를 열어보니, 세상에 너무 많은 사료가 박스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R님의 글에 사진과 상세한 품목이 있지만 쉽게 가늠을 못 했습니다. 근데 정말 많은 양이라 융과 다른 길냥이들에게 두 달 가량을 줘도 넉넉할 법해요. 몸이 풍성해지는 이 느낌! 너무 고마운데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뭔가 보답을 해야 할텐데요… 암튼 선물을 받고 너무 기뻐 바람에게 “사료가 잔뜩 생겼다!”라고 말할 뻔 했습니다. 흐흐. ;;;
정말 고마워요! 융과 다른 냥이들이 R님께 무척 고마워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