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허수, 몸 바꾸기, 핸드폰, 벤처

01
통장에 허수가 좀 있었다. 이것저것 다 정리하니 잔고가 바닥이다. 흑흑. 허수가 있을 땐 부자라고 착각했는데, 지금은 완전 가난. 허수라도 한때마나 잔고가 많다고 착각했던 순간이 재밌긴 했다. 흐흐.
02
돈은 없지만 언제나 사고 싶은 것은 있다. 하나는 핑크 플로이드 박스세트고 다른 하나는 넷북이다. 하고 싶은 것도 하나 있다.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 봄이 오면 수입이 나쁘지 않은 알바라도 하나 구할까 보다.
근데 사고 싶다고 한 백 번 정도 말하면 정말 살까? 아님, 그냥 미친척 질러야 사는 걸까? 크크.
03
몸을 바꾸고 있다. … 응? 의료적 조치를 시작했다는 것은 아니고.. 흐. ;;; 사무총장이라는 내게 너무 과분하고,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을 하면서 그에 적합한 몸으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좀 괴롭다. 난 전화연락을 매우매우매우 싫어해서 만날 핸드폰 없애겠다고 말했다. 근데 사무총장(아직은 사무국장/총무 + 연구팀장 정도의 역할이지만)을 하니 핸드폰을 없앨 수가 없다. 엉엉. 핸드폰을 챙겨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재는 해야 하는 일인 걸. 사무국 업무가 괴로운 것이지 유섹인 활동은 즐거우니까. 🙂 혹시… 사무국 업무를 잘하는 분 없나요? 인건비는 매우 적습니다만… 크크크.
핸드폰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면, 난 현재 KT에서 2G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근데 KT에서 2G 서비스를 올 6월까지만 한다고 했던가. 첨엔 작년 말이나 올 초에 핸폰을 바꿀까 했는데 어영부영하다가 지금 핸드폰을 계속 사용할 거 같다. 2006년 3월부터 사용했으니 얼추 5년 사용했네… 그러고 보니 10년 동안 핸드폰을 단 두 대 사용했다. 자주 바꾼 것 같진 않지만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핸드폰 번호를 끝까지 안 바꾸고 버티면 그냥 종료되는 걸까? 크크크.
04
유섹인이 프로젝트에 바탕을 두고 움직이고 있어, 단체 활동이 정말 흥미진진하고 즐겁다. 물론 안정감은 없다.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고 새로운 활동가를 영입하기도 어렵다. 미래 전망만으로 함께하자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매달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수입이 없으니 제안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벤처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그러고 보면 난 확실히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일보다, 내가 재밌는 일을 선호한다. 주제만 재밌으면 수입이 얼마 건 상관없이 하는 걸 보면, 내 인생도 참… 크크크.

[고양이] 말리, 길고양이

01
엄마고양이 리카는 여덟 아깽을 낳았다. 그 중 바람만 남고 모두 떠났다. 지난 주말, 떠나간 아깽 중 한 녀석, 말리를 만났다. 세미나를 말리네에서 했다.
집에 도착하기 전, 말리네 집사는 말리가 낯가림이 심하다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야 사람에게 다가온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가니, 말리는 나와 동행에게 곧장 다가왔고, 5분 뒤엔 배틀그라운드였다는… 손에 상처를 내며 신나게 놀았다는, 뭐, 그런 흔한 이야기. 흐. 그렇다고 말리가 나를 기억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의 냄새를 기억할 리 없다. 그저 내 몸에서 어떤 고양이 냄새가 나, 낯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말리는 같이 태어난 바람과 덩치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작은 거 같기도 하고, 큰 거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데, 암튼 미묘로 잘 자라고 있었다. 또 언제 만날지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참 묘한 시간이었다. 🙂
02
어느 골목을 돌았더니, 작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서둘러 몸을 돌려 달렸다. 잠깐 달렸다가 뒤돌아봤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총총 걸으며 낮은 담장 위, 화단으로 올라갔다.
무늬는 리카를 닮았지만, 덩치는 바람과 비슷했다. 기껏해야 9~10개월이었다. 추운 겨울, 녹지 않은 눈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였다. 화단에서 아기고양이가 아장아장 걸으며, 덩치 작은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무늬가 똑같았다. 아기는 기껏해야 두 달 정도 될 법했다. 그 어린 나이에 차가운 눈길을 걷고 있었다.
엄마와 자식 관계일까? 바람도 발정이 났으니 그 나이에 출산을 했다고 해서 놀랄 거 없다. 바람도 길에서 살았다면 출산을 겪었으리라. 몸 한 곳이  짠했다. 그 자리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때마침 가방에 사료가 없어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점이 미안했다. 다 어리석은 감정이다. 부디 이 추운 겨울, 별탈 없이 무사히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잡담: 고양이, 커피, 편두통, 귀차니즘

01
고양이는 왜 항상 내가 발을 내딛으려는 곳으로 이동할까?
비틀거리며 넘어지려고 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발을 딛는데, 바로 그 자리로 리카가 달려왔다. 크릉. 하지만 난 리카가 그럴 것을 알고 있었다. 하루 이틀 이런 게 아니니까. 자, 그럼 저는 리카를 밟았을까요, 살짝 비켰을까요? 후후.
02
커피를 끊었다. 뭐, 몇 년을 주기로 반복하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 없다. 최근 6개월에서 1년 정도, 봉지커피 기준으로 하루에 15봉지 정도 마셨다. 그냥 물 마시듯 마셨다. 커피가 없으면 살 수 없었다. 그러다 두 가지 난관에 봉착. 속이 쓰렸고(아침에 마시는 건 괜찮았는데, 오후에 마시면 속이 뒤집히듯 쓰렸다), 지난 11월까지 했던 알바를 그만둬 수입이 줄었다. 이를 빌미로 커피를 끊었다. 단박에 끊진 못 하고, 11월 중순부터 조금씩 줄여 12월엔 하루에 봉지커피 기준 한 봉지 정도 마시다 12월 중순부터 확실하게 끊었다. 커피를 끊고 나니, 두통도 줄었다.
편두통이 심한 편인데 편두통이 심해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편두통과 커피/카페인은 상극관계. 최근 들어 두통약을 먹는 일이 확실히 줄어 좋긴 하다. 대신 잠이 늘었다.
커피를 끊고 나니, 그 동안 내 몸이 카페인에 얼마나 찌들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뭐, 농반진반으로 내 몸은 칠 할이 카페인이고 삼 할이 진통제라고 했지만…;; 흐. 카페인의 각성 효과 없는 맨 정신이 좋긴 하지만, 잠이 늘었다. 근데… 이게 꼭 커피를 끊어서는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매년 초겨울엔 겨울잠을 자듯 잠이 늘었던 거 같기도 하고.. 흐흐.
03
인간이 게을러, 과일 먹는 것도 귀찮다. 크크. 겨울이면 매일 아침 사과를 하나씩 먹었다. 내가 누리는 몇 안 되는 사치였다. 대충 씻어서 껍질부터 씨앗까지 전부 다 먹는 게 좋았다. 근데 요즘 이런 일도 귀찮다. 사과나 과일을 먹는 일 자체가 귀찮달까. 덜덜덜. 엄마 님의 명언이 다시 떠오르는데, “먹는 것도 귀찮으면 죽어야지.”
건조과일(말린과일?)이나 사먹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사과의 계절인데 과일을 먹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느껴서… 흐흐. 아아… 정말 나 같은 인간에겐 알약으로 만든 음식이 최곤데!! 으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