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혹은 배설

01
한동안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나 개인에게 한정한 일은 아니고, 무려 본가와 관련한 일이다. 그래서 더 짜증났다. 암튼 그 일이 어디 말하기도 참 부끄러운, 좀 지저분한 일이라 경위를 설명하긴 좀 그렇고. 결국 금,토 부산에 갔다 왔다. 원래 일요일까지 머물러야 했지만, 일요일에 회의가 있어(혹은 회의를 잡아?) 일찍 돌아왔다.

02
살다보면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이란 뭔지, 고민할 때가 있다. 난 내 삶이 대체로 즐겁고 또 행복하지만, 세속적인 평가에 따르면, 지배규범의 가치에 따르면 구제불능이다. 애당초 내가 선택한 삶이기에 구제불능이라서 싫다는 건 아니다. 나 스스로, 잉여러운 삶이 좋다고 주장하는 걸.

다만 누군가가 내게 훈계하듯 말하면 정말 짜증난다. 세속적인 성공 혹은 지위를 획득한 후, 그걸 거들먹거리면서 내게 으스대듯 말하면, 웃길 뿐이다. 표정관리 안 하고 대놓고 비웃긴 하지만, 그래도 짜증난다. 이 짜증의 일부는 그가 양육과 아내/파트너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그 자신 바쁘다는 핑계로 양육 책임을 모두 아내/파트너에게 다 맡긴다. 그러며 퇴근 후엔 골프를 배우러 다니는 등, 이 모든 게 사회생활이라며 제 행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근데 그의 파트너는 실력 있는 화가다. 임신과 양육, 그리고 남편내조라는 명목에, 화가는 작품 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 이성애결혼제도의 패악/횡포/만행 등을 몸소 실천하면서 으스대는 행동이라니. 그래도 자기는 괜찮은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말을 들을 땐… 너무 짜증나서 한바탕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상대하는 것 자체가 좀 부끄럽다고 느낄 정도였거든.

03
고양이가 있어 다행이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고양이와 상상을 초월하는 개인기를 자랑하는 고양이. 이 둘이 함께 있어 짜증도, 우울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부산 갔다가 매실액기스 득템! 으하하. 이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거다. 물에 희석해서 물 대신 마시는 걸 참 좋아하는데, 마침 본가에 있어 일부를 얻어왔다.

길,고양이

어째서인지, 내 인생에 길고양이가 제대로 꼬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집 근처, 아니 집 바로 옆에 아기고양이 셋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상주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들리는 듯하다. 사료 냄새를 맡은 것이냐… ㅠㅠ

어째 애인은 안 꼬이고 고양이만 꼬이는 것이냐! 크. (앞은 농담, 뒤는 진담)

오후 3시

내게 오후 3시는 매우 괴로운 시간이었다.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의 시간을 힘들어했다. 그 지리멸렬한 느낌의 햇살. 살이 아픈, 마치 반짝이는 유리조각이 몸에 박힌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오후 3시의 적막함도 싫었다. 누군가는 새벽3시의 쓸쓸함을 얘기했는데, 난 오후 3시의 적막함을 싫어했다. 그래서 정신없이 바쁘길 바랐고, 아님 어디 어두운 곳에 들어가 오후 3시란 걸 잊고 싶었다.

요즘의 오후 3시는 평화롭다. 아가들이 뛰어다니고, 엄마고양이가 잠드는 모습의 방에 있노라면, 오후 3시도 견딜 만하다.

고양이와 살면서, 세계가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