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Muse 내한 공연 소식

뮤즈(Muse)가 내년 초에 내한한다고 합니다. 이미 철지난 소식이지요. 네. 철지난 소식을 이제야 말합니다. 뮤즈가 내한하면 무조건 가겠다고 말했던 전례에 비추면 저의 시큰둥한 반응이 의외일까요? 전 뮤즈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매우 늦게 접했습니다. 그런데 별로 흥분이 안 되더군요. 갈까, 말까를 망설일 정도였습니다. 공연예매는 어제 저녁 6시였지만, 그 시간에 전 컴퓨터 앞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몇 해 전, 뮤즈가 내한할 때 그토록 흥분한 저는 어디갔을까요? 예전같았으면 알바하는 곳에서 어떻게든 예매를 하려고 했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무려 알바가 끝나고 웹에 접속했을 때도 예매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무려나 오늘 아침에도 오전에도 저는 예매하지 않았습니다. 무려, 갈까 말까를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뮤즈가 내한하면 무조건 간다고 호언장담하던 저인데, 무려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네. 저는 망설였고, 알바시간을 감안하여 가기 힘들겠다고 중얼거렸습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하지만 오늘 오후 어느 햇살이 눈부시던 시간, 저의 핸드폰에 예매번호를 알려주는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결코 제가 예매한 거 아닙니다. 올앳카드를 충전하고, 예매사이트에 접속하고, 잊어버린 아이디를 찾고, 스탠딩 석을 선택하고, 카드결제를 했습니다만, 결코 제가 한 게 아닙니다. 그냥 어느 순간 모든 게 되어있었습니다. 수동태로 적어야 합니다. 제가 한 게 아닙니다. 뭔가가 순식간에 되어있었습니다. 네, 뭐, 이런 거죠. 이런 겁니다. 결코 제가 한 게 아니라, 그냥 제 안의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와선 제멋대로 한 겁니다. 믿어주세요. 결코 제가 한 게 아니란 걸. 구차한 변명이란 거 압니다. 하지만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 걸요. 햇살이 좋았다고 치죠. 암튼 전 그냥 결제했을 뿐입니다.

결론은 올해 두 번째 지름신이 왕림했다는 거죠. 하지만 행복합니다. 🙂

無學文盲. 무학문맹

無學文盲. 무학문맹.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사이트(http://bit.ly/36yLNT)에 따르면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지 못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학(有學)은 “불교의 진리를 인식하였으나 아직 번뇌를 다 끊지 못하여 항상 계(戒), 정(定), 혜(慧)의 삼학(三學)을 닦는 성문(聲聞).” 즉, 유학은 아직도 배울 것이 있는 상태란 뜻이다. 그렇다면 무학문맹은 이제는 배울 것이 없어 자구에 얽매이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건지도 모른다.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라는 어느 선사의 말처럼.

나는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선, 문자를 읽지 않고선 세상과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 책을 읽는다. 나는 책을 읽어야 간신히 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책이 없으면, 문자에, 자구에 얽매이지 않으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종족. 언제나 문자에 갇혀, 문자 이상을 이해할 수 없는 무지의 꼭대기에 머무는 종족.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해서 언제나 손에 책을 들고 다니며 책 속으로 숨어드는 갯강구. 재빠르게 문자 속으로 숨었다가 인기척이 사라지면 더듬이로 눈치를 살피며 바깥으로 나와 우쭐거린다.

책은 내가 얻은 가장 완벽한 보호막인지도 모른다. 나와 당신의 거리를 더 이상 좁힐 수 없도록 하는 완벽한 벽이기도 하다.

겨울이 왔다. 피아노 소리가 사랑스러운 겨울이 왔다. 책 속으로 숨어들어, 더듬이를 잘라 버리고 지내도 괜찮은 겨울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