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서둘러 써야 하는 글이 있다. 이번 주에는 마무리 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했다. 펜으로 쓸 것인가, 블로그에 쓰듯 워드프로그램에 바로 쓸 것인가. 그리고 잠시 오픈오피스로 글작업을 진행했는데,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도저히 진행이 안 된다. 문장을 종잡을 수가 없고 흐름을 종잡을 수가 없다. 내가 무얼 쓰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라는 느낌만 들었다. 아아, 습관이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하지만 펜으로 쓰면 매우 더딘데 어떡하지? ㅠ_ㅠ 그런데 블로그 글은 워드프로그램으로도 곧잘 쓰니 이건 도대체 무슨 조화란 말이냐! 흑흑.

노래, 할퀸 자리

하루에 한 번, 노래 한 곡을 무한 반복해서 듣는다.

두근거림은 때로 마음을 할퀸다. 할퀸 흔적이 선명하지만 마음은 또 두근거린다. 두근거리다 부푼 마음은 기어코 터져 붉은 피를 흘린다. 피가 흐르는 자리마다 햇살이 반짝인다. 눈이 부시다. 부신 눈으로 계속 걷는다. 낯선 길을 따라 걷는다. 길을 잃은 마음은 햇살이 빛나는 곳이, 눈이 부셔 시력을 잃은 곳이 갈 곳이란 걸 안다. 노래는 계속해서 흐르고 할퀸 흔적마다 소금꽃이 핀다.

주절주절: 페르세폴리스 득템, 다른 가치로 사는 삶, 기분

01
『페르세폴리스』 세트 득템. 헌책방은 아름다워라!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음하하.

02
삶의 가치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참 묘해요. 규범적인 가치를 살기위해 애쓰는 사람과 잉여로 여기는 가치를 살기위해 애쓰는 사람. 각자의 행복과 가치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분은 참 묘해요. 그건 제가 모르는 삶이기 때문이죠.

며칠 전 제가 무척 좋아하는 스타일의 논문을 읽었어요. 그 논문의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어떤 정치학에서 특정 규범을 비판하는 건 좋지만, 그 규범을 비판하면서도 욕망하거나 얼마간 바라거나 알고 싶은 감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뤘죠. 아마 이런 거겠죠. 저는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적인 삶의 방식, 행복의 이상에 도달할 수도, 도달할 의지도 없죠. 그래서인지도 몰라요. 그런 삶을 살거나 지향하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요. 대충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그러한 삶을 산다는 것이 규범에 매여 있다거나 수동적이라거나 뭐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어떤 삶의 방식이 더 우월하고 덜 우월하다는 식의 구분을 어떻게 제가 할 수 있겠어요. 그저 제가 평생 알 수 없을 가능성이 큰 그런 삶, 그런 삶을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한거죠. 아, 물론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선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죠. 집안 배경, 학력이나 학벌, 젠더, 섹슈얼리티 등등. 몰라, 몰라요. 고민할 수록 골치 아파요.

그러고 보니 오전에 우체국에 갔다가 입사원서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발송하려는 사람을 몇 명 봤습니다. 신기하더라고요. 전 그런 거 쓴 적이 없어서. ;;; 대학원 입학 원서는 쓴 적이 있긴 하지만요 …. 하하. 암튼 제가 일한 곳은 이력서나 기타 서류가 아예 필요 없거나 엉성하게 대충 작성해도 되는 곳이었거든요. 알바라 지원만 하면 받아 주는 곳이라서요. 아, 제가 비장애인이고 한국인국적을 의심받지 않는 외모라서 지원만 하면 일할 수 있었겠죠.

03
하루 종일 기분이 폭등과 폭락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