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 맥 어드레스 수집

01
만약 내가 죽고 나면 이곳, [Run To 루인]은 어떻게 될까, 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아마도 온라인에서 생산한 글은, 도메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사라지겠거니 했다. 다시 내용을 확인할 만한 성질의 글이 아니라, 확실한 건 아니다. 그런데 이 결론을 수정해야 한다. 난 아마 내가 죽은 뒤에도 영생하리라. 나의 일부는 내가 아는 어딘가에 있고, 나의 일부는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 구글은 매 순간 나의 일부를 백업하고 있다. 나는 내가 모르는 곳에 저장되고, [Run To 루인]은 사라져도 구글을 통해, 검색사이트를 통해 나는 계속해서 출현하겠지. 내 일부는 온라인 어딘가를 떠돌고 있으리라. 검색봇의 서버 속에서 영생하리라.

02
윈도우가 아닌 운영체제로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선 맥 어드레스를 제공해야 한다. 맥 어드레스가 컴퓨터에 부여한 고유 번호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게 정확하게 무언지 알아야, 학교에 조공(!)을 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맥 어드레스를 제공하면 이를 통해 개인 컴퓨터를 관리하려는 건 아닌가 싶어 불안했다. 학교라면 충분히 그럴 테니까. 하지만 귀찮아서 정확한 내용을 찾길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

최초 출처는 여기( http://openweb.or.kr/?p=975#comment-23759 )
최초 출처에서 링크한 곳은 여기(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9/03/28/3344345.html?cloc=nnc )

인터넷으로 은행업무를 비롯하여 금융결제를 하려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강제하는 건 다들 아실 듯. 이상한 프로그램 설치하라고, 동의하지 않으면 결제 안 된다는 팝업 창이 마구마구 뜨는 데, 그게 소위 말하는 보안 프로그램. 이들 프로그램이 정말로 보안 능력이 있는지는 논외로 하고. (많은 이들이, 이렇게 설치한 프로그램들의 보안 능력에 회의적이라는 것은 언급하자. 물론 나로선 잘 모르는 영역이다. 그러니 여러 글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주장을 믿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난 보안 능력에 회의적인 주장을 믿기로 했다. 심심찮게 인터넷 뱅킹을 해킹하여 자신의 돈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예전에 암호학 수업 시간에 살짝 들은 내용도 있고 해서.) 동의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 하는 과정에서 각 컴퓨터의 고유 맥 어드레스를 수집한다는 것이 기사의 첫 번째 내용. 그럼 맥 어드레스가 어디에 쓰이냐고? 맥 어드레스를 알면, 당신이 인터넷으로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단다. 이것 역시 기사에서 설명하고 있다. 바로,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학생들 개인 컴퓨터에 설치할 것을 요구한 프로그램과 같은 성질이라 할 수 있다.

03
요즘은 그날 그날 읽어야 할 분량의 논문이나 영문 책 읽기, 소설 책 읽기, 그리고 웹 서핑 하면서 컴퓨터/인터넷/보안 등과 관련한 글 찾아 읽기, 학회 일 하기, 프로젝트 숙제 하기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픈소스와 관련한 사이트에 들어가서,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글들을 읽다 보면, 이런 분야를 조금은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흐흐. 내가 개발자가 될 건 아니니 자세히 알 필요는 없을 터. 다만 지금까지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 조금은 알고 싶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컴퓨터와 관련해서 중얼거리는 일이 잦다.

근황: 다른 글을 쓰려다가 내일 즈음 쓰는 게 좋을 거 같아 대체한 글;;

01
만우절을 앞두고 이곳, [Run To 루인]에 어떤 장난을 칠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귀찮아서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오늘 아침 불현듯 어떤 장난을 치고 싶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저의 의지가 아니라 호환성의 여부에 있습니다. 후후후. 더 늦기 전에 해결할 필요가 있는 일이기도 한데 그 시기가 우연히 만우절일 뿐입니다. 😛

02
올 해도 생계와는 거리가 먼 프로젝트를 몇 개 할 것 같아요. 또 다시 생계비는 바닥. ㅠ_ㅠ 전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상습적인 회의에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 여건이 고정적인 알바를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인데요, 문제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알바를 하나 더 해야 한다는 거죠. 일당제 알바 환영합니다. 흐흐. 시키는 일은 뭐든지 최선을 다 할 자신은 있어요. 결과물은 보장할 수 없지만. 케케.

알바 자리를 고민하다가, 제가 상상하는 알바의 대부분은 인터넷 서점에서 책 포장 알바, 편의점 알바와 같은 종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편의점 알바를 한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제가 한 알바의 틀에서 못 벗어 나네요. 저도 모르게 특정 계급, 특정 위치의 양식을 몸에 익힌 거죠. 전 제가 단순 알바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죠. 이건 어린 시절 제가 살았던 집의 계급도 반영해요. 흐흐. 재밌어요.

03
똑똑하게 하루에 두어 시간 연습하는 것보다 무식하게 매일 열 시간을 연습하는 게 낫다. 어느 기타리스트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문장을 정확하게 옮긴 건 아니지만 대충 저런 내용이었습니다. 전 똑똑하지도 않는데, 무식하게 연습하지도 않네요. 이렇게 쓰면서, ‘난 지금 반성하고 있다고!’ 우기며 어물쩡 넘어가는 나날입니다. 켁.

04
기어이 봄이 오네요….

어쩌다 들켰을 뿐인, 지극히 사소한 끄적임.

몸 한 곳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나는 글쓰기를 계속해서 망설인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다른 날 같으면 공개했을 법한 내용을 그냥 지운다. 쓰고 지우길 반복하는 나날. 하고 싶은 말을 못 해 체한 느낌이다.

… 지금도 무언가를 썼다가 그냥 지웠다. 써서 뭐하나, 싶다.

요즘은 사람들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업무가 아니면 사람 만날 일이 전혀 없는 나날이다. 업무로 인해 누군가를 만날 일도 없는 나날이다. 피하지 않아도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 그래서 다행이다. 너무 다행이다.
유형 4의 7번째 수준과 8번째 수준 사이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