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내게만 중요한 구시렁거림들.

01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무선인터넷이 되면서, 노트북 아답터를 연결할 수 있는 연장선(혹은 콘센트?)이 있고, 전화도 받을 수 있는 카페를 찾는 것.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왕이면 커피 값이 싸면 좋고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 곳이면 좋을 듯. 카페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어차피 오전부터 오후까지만 있을 거라, 상관없다.

현재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 한 군데 있긴 있다. 玄牝에서 좀 멀지만, 걸어서 30~40분 거리니 나쁘진 않다. 아침저녁으로 산책 삼아 다니면 무난할 듯. 커피 가격 괜찮고,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데, 무선인터넷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전화해서 무선인터넷도 되면 자주 이용할 듯. 훗.

커피 전문점이라 불리는 체인점은 커피 값이 과하게 비싸서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 조금만 찾으면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훨씬 싼 가격으로 하루 종일 머물 수 있을 테니까.

02
요즘 들어 아주 가끔씩 하는 짓거리 중 하나는,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 괜히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뭐가 있나 구경한다. 그래봐야 돌아서면 까먹지만. 후훗. -_-;;

일전엔 학회 업무로 처리하기 위해 어느 관공서에 가야 했는데, 막연하게 학교에서 상당히 멀리 있는 줄 알고 좀 미룬 적이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갔는데…. 학교에서도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었다. 걸어서 15분 정도? 문제는 그곳이 玄牝에서 얼추 2분 거리ㅡ_ㅡ;; 물론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서 신호등과의 운이 중요한데, 무단횡단을 하면 1분 거리였다. 아하하…하……하… ㅡ_ㅡ;;; 뭐, 놀랍지는 않다.

어제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안 간 거리를 걷는데, 아, 글쎄 玄牝에서 무척 가까운 곳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더라. 아놔. 지금까지 내가 사는 동네에 대형슈퍼가 없어 장을 보기가 무척 불편하다고 구시렁거렸는데, 조금만 발품을 팔았다면 좋았을 것을. 물론 대형 슈퍼마켓이 언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 사는 동네에 이사 온지 5년 차에 접어들어서야 이런 것들을 깨닫는다는 거, 나의 입장에선 전혀 놀랍지 않다. 놀랍기는커녕 지금이라도 이렇게 돌아다니는 나 자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_-;;; 흐흐.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이사를 가야겠지?

03
3월이다. 3월이 왔다는 건,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04
며칠 전 어느 자리에서 집에서 결혼 압력을 가하는 것과 관련한 얘기가 나왔었다. 같이 얘기를 나누던 이들 중 한 분이 내게, 나의 부모님은 내게 결혼 압력과 관련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었다. 그 자리에선 대답을 제대로 못 했는데….

부모님이 내게 결혼하라는 압력을 가하지 않는 건 아니다. 부모님과 만나거나 통화할 일이 있으면 종종 압력을 가하긴 한다. 그것이 부모됨의 의무감에서 하는 말인지, 그냥 안부 인사를 겸해서 하는 말인지, 정말 바라는 건지, 그 경계는 모호하지만. 어떤 땐, 내가 결혼을 안 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드니 부인을 통해 수긍하려는 노력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더 많다. 아무려나,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결혼이 아니다. 부모님들에게 결혼보다 더 큰 고민은 내가 연애조차 안 하고 있다는 점. 여기엔 어떤 개인사/가족사가 있는데, 결혼과 연애와 관련한 얘기를 관례적으로 할 때면, 어떤 미안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부모님이 좀 안타깝긴 하다.

아무려나, 이런 반응들 속에서, 규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부모님들이 표현하는 어떤 폭력성과 죄의식을 연구하는 것도 재밌겠다. 물론 내가 할 의향은 없지만.

피, 우분투, 등등

01
요 근래 귀가 많이 건조하고 조금 아픈 듯 했다. 그러려니 하다가, 오늘 아침 면봉에 후시딘을 묻혀 귓구멍에 넣었더니… 피가 묻어 나왔다. 켁. 흐흐흐. 오른쪽 귀만 그랬다. 왼쪽 귀는 문제가 없는 것 같고. 오른쪽 귀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사실, 그러려니 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나의 경우, 오른쪽 귀와 왼쪽 귀의 청력이 다르다. 더 정확하게는 왼쪽 귀가 더 잘 들린다(같은 뜻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오른쪽 귀가 잘 안 들린다. 흐흐). 어릴 때, 교통사고라기 쓰기엔 무척 민망하지만, 암튼 그 비슷한 사고의 여파랄까. 아무려나 오른쪽에서 피가 나자 심드렁하다. 그럼 왼쪽이었다면? 사실 왼쪽 귀에서 피가 났어도 심드렁했을 거 같긴 하다. 흐흐. 다만, 조금 더 신경 쓰일 뿐.

02
요즘 밤이면 玄牝에서 한 시간 정도 우분투로 인터넷을 한다. 얼추 열흘 정도 전, 후치(노트북)에 우분투(ubuntu)를 설치했다. 엄밀하게는 윈도우 XP에서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는 Wubi(http://wubi-installer.org/)를 설치해서 우분투를 사용하고 있지만. Wubi는 윈도우 사용자들이 우분투/리눅스를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 정말 설치도 쉽고, 제거하기도 쉽다(인터넷 연결은 필수며, 제거는 uninstall을 더블클릭하면 깔끔하게 지워진다).

굳이 玄牝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 인터넷을 연결해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시켜야 하는 이유가 첫 번째고, 우분투/리눅스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 두 번째.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우분투에서 무선인터넷이 안 잡혀, 그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유선인터넷은 玄牝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분투/리눅스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건, 의외로 사용하기 쉽고, 예상한 것 이상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 예상 이상의 공부는, 그동안 윈도우에 너무 익숙했기 때문일 터. 기억이 정확하다면 윈도우를 처음 사용할 때, 더 정확하게는 컴퓨터를 처음 사용할 때도 무언가를 배웠다. 고장 내면서 배웠건, 누군가에게 물어가면서 배웠건. 그렇게 배우다 보면 어느 순간, 몸에 익은 습관이 되겠지.

우분투/리눅스를 사용하며 놀란 것 중엔, 기본적으로 윈도우용 프로그램은 리눅스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예전엔 막연하게만 알았는데, 이번에 우분투/리눅스 관련 글을 이것저것 읽으며 배운 것이, 바이러스도 컴퓨터 운영체제에 따라 작동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고(하긴, 어떤 바이러스는 웹브라우저도 가린다니까, 당연한 걸지도). 웹상에 떠도는 많은 혹은 거의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이 윈도우에서 작동한단다. 그래서 재밌는 건, 윈도우에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설치하면 실시간 감시기가 작동하는데, 우분투/리눅스에 안티-바이러스 제품을 설치하니 실시간 감시 기능이 없더라. ;;; 첨엔 깜짝 놀랐다. 제대로 설치가 안 된 건가 싶어서. 대신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이 우분투에선 문제가 없는 듯 인식되어도, 윈도우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파일을 전송하면 감염되기에 리눅스 운영체제가 바이러스 유통경로가 되기도 한다고. 흐흐.

아직은 많은 시간을 사용하지 않아, 우분투를 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무선인터넷 연결(계속해서 공부할 필요가-_-;; 현재 알 듯 말 듯 ㅠ_ㅠ)과 한글 워드프로그램 사용만 해결되면 윈도우를 사용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은 없을 듯. 그 이유가, 어차피 후치로 인터넷 결제를 안 하기 때문. 아래아 한글은 wine으로 해결할지 리눅스 버전을 구할지 고민 중. 아…! 그러고 보니, 무한도전을 보려면 ActiveX가 필요하구나;;;

어쨌거나 뭔가 낯설고 신기하고 재밌는 세계다.

+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윈도우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 더 불편할 듯. -_-;;
그리고 [Run To 루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우분투/리눅스는커녕 컴퓨터 운영체제와 관련한 주절거림을 끼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03
생활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다. 좋은 징조다.

길고양이

책을 나르다가 집 근처 어느 골목에서 길고양이와 마주쳤다. 한쪽 끝에 고양이, 다른 쪽 끝에 나. 둘은 눈이 마주쳤고 안절부절 못 했다. 나는 조심스레 골목의 한쪽 벽으로 붙었다. 고양이는 내 움직임에 따라 다른 쪽 벽에 붙었다. 그리고 서로 눈을 마주보며 길을 지나갔다.

동반종과 관련한 소재를 다루는 어느 웹툰에서 읽은 내용: 길에서 고양이가, 강아지가 귀엽다고 다가가는 건, 그에게 일종의 위협일 수도 있다고, 예를 들어 당신보다 5배는 덩치 큰 사람이 당신이 귀엽다고 막무가내로 다가오면 어떤 기분이겠느냐고. 이런 내용을 읽은 이후, 길고양이에게 막무가내로 다가가는 일은 삼가고 있다. 멀리서 마주치면 다가가고 싶어 안절부절 못 하면서도 조심스레 피한다. 나 나름대로 ‘너에게 다가가지 않을 테니 안심해’라는 신호를 보내며.

다만 서로 다른 쪽 벽에 붙어 지나 간 건 재밌는 일이었다. 마치 이야기가 통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아침엔 건물을 나서는데 건물 밖에 있던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길고양이는 경계했고, 나는 멈췄다. 그리고 최대한 느리게 움직였다. 길고양이가 경계를 풀면서도 나를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주기 위해서. 안타깝지만 잘 된 일이다.